•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에 불참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지사 진영도 경선불참으로 가닥을 잡고 향후 행보를 고민중이라고 한다. 산사에 칩거중인 손 전 지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강재섭 대표의 면담 요청도 거절했다.

    강 대표는 17일 손 전 지사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로 가는 도중 손 전 지사의 면담 거부로 차를 돌렸다. 손 전 지사는 빠르면 18일쯤 산사에서 돌아와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경선준비위원회가 이날 최종 '경선룰'을 발표하는 것을 감안하면 손 전 지사는 사실상 경선불참을 결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제시한 '8월-20만명' 절충안에서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절충안은 손 전 지사를 배려한 '경선룰'이라고 강 대표 측은 설명한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이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당내에선 손 전 지사에 대한 적잖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해는 가지만 너무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당내 반응이다. 당 고위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이명박-박근혜'양강구도로 진행되는 경선분위기를 두고 당의 구조자체에 문제를 삼고 있는데 손 전 지사도 정당을 잘 아는 분이고 특히 당내 경선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무조건 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지사직을 마치고 100일 민심대장정을 하면서 당밖에만 있었지 경선을 위한 당원접촉은 소홀히 했다"며 "당원들을 만나서 자기 의견을 전달하고 자꾸 접촉해야지 당이 '나를 몰라준다'고만 하면 당원들이 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이건 아니다. 지사직 마치고 손 전 지사가 당심을 잡기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주자들이 모두 가는 행사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 손 전 지사가 당원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그렇게 해놓고 당원들의 지지를 바라는 것도 잘못 아니냐"고 되물었다. 손 전 지사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온 홍준표 의원도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하려고 했다면 전국 조직을 만들고 전국 당원들과 접촉하고 당내 지지세력을 끌어 올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가 처음 요구했던 경선안(9월 경선, 선거인단 100만명)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선거인단 100만명 주장에 대해선 "단순한 협상용일 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한다. 한 경준위원은 "20만명으로 해도 비용이 부담되는데 100만명을 하면 돈은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안을 내놨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때문에 당내에선 손 전 지사의 고민이 경선룰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준위원은 "시기 방법 이런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내가 손 전 지사였어도 고민이 됐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나 방법 이런 게 아니라 다른 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지금 이렇게 까지 했는데 원희룡 의원이랑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오면 손 전 지사 입장에서는 고민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