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이 남북정상회담과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에 대해 반대에서 사실상 찬성으로 바뀌었다. 이를 포함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한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일이다.

    한나라당은 미·북 관계가 좋아지면 대선에서 ‘냉전세력’이라는 여권의 비난이 먹혀들까 걱정되는 모양이다. 유행이 바뀌었다고 허겁지겁 옷을 갈아입는 것이고, ‘표’라는 저울에 국가 안보 문제까지 올려 놓는 태도다.

    대한민국 국민은 한나라당 생각처럼 어리석지 않다. 2·13 6자회담 공동성명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70%가 넘는 국민이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북이 핵폭탄을 그대로 들고 있는 한 어떤 ‘평화 쇼’도 이런 국민을 쉽게 속일 수는 없다.

    2·13 공동성명 후 지금까지 한 달은 잘 가고 있다. 이 추세가 이어져서 북은 핵을 버리고 평양엔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서,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정착된다면 6·25 이후 57년간 대한민국을 짓눌러온 안보 위협이 사라지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이 길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핵에 대한 김정일의 본심이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후 당시 김영삼·클린턴 대통령은 마치 북핵 문제가 해결됐다는 듯 당당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우라늄 고농축 장비를 몰래 사들였다. 2·13 합의는 김정일의 본심이 정말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지금의 이 길로 가다 보면 결국 진실의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는 북이 핵을 포기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대비도 함께 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면 된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여권도 문제지만, 야당도 남이 장에 간다고 제가 지게 지고 나서듯 할 게 아니다. 뭘 바꾸더라도 북한이 폐기 예정 품목 리스트에 핵 폭탄과 플루토늄을 제대로 넣어서 내놓는지나 확인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그 시한이 한 달도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