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 '줄서지 말자'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 여러개다. 중도 성향의 '푸른정책모임', 경선이 끝날 때까지 중립을 지키겠다며 지난해 10월 만들어진 '희망모임', 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최근 만들어진 '중심모임'이 있다. 초선 모임인 '초지일관'은 최근 초선들의 줄서기를 막겠다며 4~5개의 다른 초선 의원모임과 통합해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의원들의 줄서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소속 의원 대부분이 앞서 거론된 모임에 가입돼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을 놓고 보면 특정 대선 주자에 줄을 선 의원은 몇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여러 개의 중립모임에 가입된 의원들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일정에 동행하고 있고 캠프에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관리형'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당 지도부는 어떨까.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 지도부는 대선주자들을 향해 "줄세우지 말라"고 경고하고 소속 의원들에게도 "줄서지 마라"고 엄포하고 있지만 정작 고위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이 특정주자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오후에는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출판기념회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인사 1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총출동할 계획이다. 사실상 대선출정식이나 다름없다.

    이날 오전 국회대책회의를 위해 원내대표실에 모인 의원들은 회의 시작 전 이 전 시장의 출판기념회 참석을 두고 농담을 주고 받았다. 줄서기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당직을 맡은 의원이 특정 주자의 대선출정식이나 다름없는 대규모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것이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었다.

    고위 당직자인 한 재선 의원이 먼저 "우리처럼 중립적인 사람은 (이 전 시장 출판기념회에)가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자 역시 재선의 다른 고위당직자가 "우리는 중립이 아니라 중심이지…"라고 답했다.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던 다른 당직자들은 두 의원의 대화에 쓴 웃음을 지었고 주변에 취재진이 나타나자 다른 당직자들이 화제를 돌렸다. 두 의원은 모두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토론회에 참석했으며 '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