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준비위(경준위)가 9일 오후 '게임의 룰'을 정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에 들어갔다. 8일 전체회의에서도 후보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아 사실상 경준위의 활동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벼랑 끝에서 만난 후보측 대리인들은 말을 아꼈다. 평소 주고받던 농담도 이날 회의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후보대리인을 제외한 경준위원들은 각 후보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 안되면 후보들이 알아서 하라고 넘기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도 했고 "안되면 선거 안하는 거지 뭐"라는 극단적 발언도 들렸다. 

    회의 시작 전 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성조 의원이 밝혔듯이 "후보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게 경준위의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게 위원들 대체적인 시각이다. 

    후보대리인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정종복 의원이 "(경준위에)대리인이 오지 않았어야 했다"며 위원회 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를 후보탓으로 돌리자 박근혜 전 대표의 김재원 의원은 "중재안도 못 만드시면서… 중재안이라도 만드신다면 저희들은 빠져드리겠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이 "저는 될 것 같은데요"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지만 이미 싸늘해진 회의 분위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마이크를 잡은 김수한 위원장은 "시한은 24시간 정도 남았다.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며 "절박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기대에 과연 부응할 수 있는지… 우리는 벼랑 끝에 섰다. 그래서 오늘은 정말 여러분들께서 이런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하면서 마지막 혼신의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경선룰 협상의 키를 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측은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전 만난 두 후보측 대리인인 박형준 김재원 의원은 회의장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은 같은 질문에 확연히 다른 답변을 내놨다. '합의가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박 전 대표의 김 의원은 "우리가 손 전 지사 얘기를 안들어 주면 안되지. 그렇게 하면 당이 망하는 건데 그렇게는 못하지"라고 말했다. '경선-6월, 선거인단-4만명'인 현 경선룰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시기고 방법이고 경준위에서 만든 권고안이 특별한 문제가 없고 대의명분이 맞으면 우리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도 했다. 이전보다 유연해진 것이다. 

    이 전 시장의 박 의원은 같은 질문에 "최선을 다하다 안되면 현행대로 해야지. 현행규정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라고 답했다. 최종 합의 도출이 안되면 '6월 시기'라도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이전에는 경선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런 입장을 내비친 적은 있었는데 검토해 보니까 안되겠더라. 시기문제는 이제 내가 강경한 입장"이라고 했다. 경준위원들에게 '오늘 합의점이 찾아질 수 있겠느냐'고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