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을 단숨에 분열 위기로 몰아넣은 '후보검증'폭풍이 한 차례 지나갔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지지율 변화에 관심이 쏠렸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검증'의 위력이 다했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한바탕 몰아친 검증 폭풍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그 위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지금의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지지율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박근혜-이명박 양강구도'를 깨고 선두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전망은 한나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대의원 50.7% 이명박 도덕성 더 검증할 부분 있다
박근혜 검증공방에도 '우려스럽다' 응답 63%내일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연구소가 지난달 28일 무작위로 추출한 한나라당 대의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결과 절반이 넘는 50.7%가 '이 전 시장의 행적이나 도덕성 등에 대해 더 검증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검증할 것이 없다'는 응답은 38.8%에 그쳤다. 이 전 시장이 높은 지지율만 믿고 '시간이 흐를 수록 당심도 민심에 흡수될 것'이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특히 이 전 시장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서울지역 대의원들도 51.0%가 '더 검증거리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후보검증' 때문에 당이 분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기는 하지만 이 전 시장에게 아직 검증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제기한 '검증카드'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전 대표의 검증공방이 우려스런 수준'이란 응답이 63.0%로 '우려스런 수준이 아니다'(34.9%)란 답보다 많았다. 이는 박 전 대표 진영이 직접 검증을 시도할 경우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의원들의 정치적 노선과 후보 성향은 얼마나 일치할까. 이 부분에서도 이 전 시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대의원의 성향과 이 전 시장이 뭔가 어긋나고 있어 밖에서의 높은 지지율이 당심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자신하긴 힘들다는 게 이번 조사로 드러난 결과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정치적 노선이 맘에 들어서' 지지한다는 사람이 52.6%로 나타났다. 반면 이 전 시장을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33.3%만이 '이 전 시장의 정치적 노선이 맘에 든다'고 답했고 24.1%가 '당선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대의원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후 검증 공방 진행에 따라 이 전 시장이 뭔가 불안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안심할 수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쏠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대의원 지지율 박근혜 오차범위 내에서 이명박 앞서
박근혜 40.4%, 이명박 39.2% '누가 앞선다'단정 못해이유는 다르지만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모두 '6월 경선'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시기를 6월로 못박은 이유는 현행 경선룰을 고수하려는 뜻에서다. 당심에서는 이 전 시장을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선 박 전 대표가 '당심으로 뒤쳐진 지지율을 만회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는 40.4%, 이 전 시장은 39.2%를 얻었다. 두 사람의 격차는 1.2%포인트로 오차범위 내에서의 치열한 접전이어서 섣불리 누가 앞선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심에서 박 전 대표가 앞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이 전 시장을 꼽았다.
지지 여부를 떠나 누가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33.6%)보다 이 전 시장(50.7%)일 것이란 응답이 17.1%포인트나 많있다. 이 신문은 "검증공방에도 불구하고 이 전 시장의 '밖(국민)의 지지를 안(당원·대의원)으로 끌어당기는 전략'이 어느정도 성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민심에서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당심에서 앞서는 이유는 텃밭인 영남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권의 대의원 67.1%, 부산·경남권은 48.1%가 박 전 대표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면 이 전 시장을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1.9%, 32.7%에 그쳤다. 다른 지역에서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지지율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8일 하루동안 무작위로 추출된 700명의 한나라당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신뢰수준은 95%, 오차범위는 ±3.7%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