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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심상치 않다. 25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와 대선예비후보간 조찬에 참석한 손 전 지사의 표정은 내내 굳어있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조찬모임에 가장 늦게 도착해 제일 먼저 자리를 떠났다.
연말 만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분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고 표정도 어두웠다. 이날 손 전 지사는 "교회 때문에 먼저 간다"며 다른 대선 예비주자들 보다 16분 먼저 자리를 떠났다.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손 전 지사는 "교회 때문에 먼저 가는 것이다. 식사도 다 했다"고 말했다. 분위기를 묻자 "얘기는 끝났다"고 했다. 재차 분위기를 묻자 답변을 피했고 "교회 때문에 먼저 간다"는 말만 반복한 채 준비된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조찬모임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중심으로 진행되는 듯한 당 분위기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의 경선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이 제기했던 경선불참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경선은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승리할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경선이 그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 돼야하고 그 원칙에 맞춰 룰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특정후보를 위한 들러리 세우는 룰에는 합의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경선불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조찬에서 당 지도부는 공동선언문을 작성하려 했다. 당 관계자는 이를 위해 당 지도부 실무자와 각 후보진영의 실무진이 먼저 접촉해 논의했지만 이들은 문건을 작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조찬에서 당 지도부가 공동선언문건을 꺼냈고 이에 손 전 지사는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손 전 지사는 공동선언문이 회의테이블에 올라오자 "나는 안하기로 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 역시 "안하기로 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후보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경선대리인인 정 의원에 이어 손 전 지사까지 직접 경선불참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은 손 전 지사의 이탈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손 전 지사가 보여준 이날 행보에 당은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손 전 지사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손 전 지사 얘기는 하지 말자"며 답변을 피했다. 손 전 지사 측 한 관계자는 경선불참 가능성 언급에 대해 "모든 것을 다 감안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저런 식으로 계속하면 힘들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