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본회의나 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참여하는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는 이상 50명 이상의 의원들을 한 자리에서 보기는 힘들다. 개별 의원들 주최로 열리는 공청회 및 세미나에서도 많아야 20명 정도의 의원을 볼 수 있다.

    23일 국회 도서관 지하 강당에는 한나라당 의원 52명이 모였다. 60여명의 각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들까지 한 자리에 했다. 참석규모로 볼 때 이날 토론회는 메머드급으로 국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들은 이날 당내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토론회 주제는 '한반도 대운하'였고 이 전 시장은 자신의 '제1 공약'인 터라 주제발표를 위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토론회가 열린 국회 도서관 지하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고 이 전 시장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는데만 20여분 이상을 소요했다. 참석한 의원들 중 일부는 앉을 좌석이 모자라 행사 전 자리찾는 데 진땀을 뺐다. 참석한 초선 의원이 "앉을 자리가 없네요"라고 하자 이 전 시장도 "그러게, 자리가 모자라네"라고 했다.

    이명박 대운하 세미나, 규모면에선 박근혜 열차페리에 승
    이명박 세미나에 의원 52명 참석, 박근혜 열차페리에는 31명

    사회를 본 임해규 의원은 "세미나도 공청회도 많이 해봤는데 오늘처럼 행사진행이 어려운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참석 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이 너무 많아 내빈소개도 이름만 부르고 박수는 소개 뒤 한꺼번에 쳐야 했다. 자연스레 행사장 주변에선 이날 토론회가 '이 전 시장의 세과시 차원'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발전연이 다수의 친이명박계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이날 행사규모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당심'에서는 앞선다고 주장해 온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향한 세과시 차원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는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 토론회를 앞섰다는 평가다. 지난 1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박 전 대표의 열차페리 토론회에는 의원 31명이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이 결국 당심까지 흡수했다는 것을 확인시킨 셈이다. 이런 자신의 세를 눈으로 확인한 이 전 시장의 표정은 행사 내내 밝았다. 대운하를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이 전 시장의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이런 자신감은 30여분간의 발언에서도 묻어났다. '청계천 복원'이란 대표상품을 갖고 있는 이 전 시장은 "억울한게 하나 있다"며 "서울시장때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사람들은 내가 청계천 복원만 한줄 안다"고 했고 다시 국민의 시선이 '한반도 대운하'로만 쏠리자 "어떤 사람들은 토목만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내가 운하만 하고 말 줄 아느냐"며 여러 분야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감 붙은 이명박 "대통령 되는 과정에서도 선진정치 보여줘야"
    "말로는 다 할 수 있지만 누가 실제로 정책 이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

    자신의 대운하 공약이 선거용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보지도 않았는데 선거하려고 어느날 불쑥 내놓은 것도 아니고 남의 이야기 베껴서 내놓은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쏟았다. 그는 "누가 (대통령이)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되는 과정에도 선진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그는 이어 "선진한국을 만든다는 소리는 다 한다. 그러나 선진정치가 돼야 선진한국이 될 수 있다"며 "21세기에 치르는 대선은 과정에서도 선진된 정치를 해야 국민들의 신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실천 능력에서 자신이 박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누구라도 상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상상력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느냐에 지도력의 차이가 있다"며 "말로 하는 건 다 똑같이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은 그 정책을 누가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덕성'시비에 "변명 못하지만 당원들에게 죄송한 마음"

    이 전 시장은 또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며 평가절하하고 있는 박 전 대표 진영을 향해 "이명박이 내놓으니까 무조건 반대하면 안된다. 부족한 게 있으면 안된다고 하지 말고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면 정치가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주장한 뒤 "한반도 대운하를 통해 국운융성의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지 않느냐. 시비를 걸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참석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는 "항상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지도자가 있어 역사가 발전하고 인류가 발전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시비에 대해서도 심경을 밝혔다. 이 전 시장은 "나라가 이지경이 됐는데 대통령후보라고 여기저기 다니며 뭐라 말하기도 민망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며 "근래에 한나라당에서 조금 시끄러운 일이 있고 내가 중심에 있어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당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명은 하지 못하지만 당원들에게 걱정을 끼쳐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었다"며 "(앞으로)어떤 모습으로 처신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두렵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참석한 의원들 명단]

    서울 : 이재오 박진 박계동 공성진 김충환 정두언
    경기 : 이재창 고흥길 심재철 신상진 임해규 차명진 허천
    대구 : 안택수 김석준 주호영 이명규
    경북 : 이병석 김광원 정종복 장윤석 김재원
    부산 : 김형오 정의화 권철현 안경률 김희정 박승환 박형준 이재웅 이성권
    경남 : 박희태 이방호 이주영 권경석 김정권 김양수 김영덕 김재경 최구식
    인천 : 이윤성 이원복
    충청 : 홍문표
    비례 : 김애실 박순자 박찬숙 진수희 윤건영 이계경 이군현 이성구 황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