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간 격렬한 검증논란으로 분열우려까지 낳게 했던 한나라당 '빅3'가 대전에서 예비 유세전을 펼쳤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은 23일 대전 캐피탈타워에서 열린 대전시당 신년교례회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전날 서울에서 열린 전국기초의회의장협의회 정기총회도 동반 참석했던 빅3는 이틀째 만남에서는 보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서로 인사를 나눴다. 이 전 시장이 축사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박 전 대표와) 아홉번 마주보고 얘기나누다가 한번 서로 다른 곳 쳐다봤는데, 그 사진이 신문에 실리더라"며 "오늘은 잘 부탁한다"고 너스레를 떨자, 박 전 대표는 박수와 웃음으로 맞장구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빅3와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예비주자들은 인사말을 통해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당의 단합을 입모아 역설했다. 또 4.25 재보선에 대전 서구 지역에 출마가 예정된 이재선 대전시당위원장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주는 데 집중했다.

    이 전 시장은 "신문에서 한나라당이 자꾸 깨질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깨질 확률이 더 높다고 나오지만 이는 깨진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니라 깨지지 말라는 걱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에게는 한나라당이 하나돼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4.25 재선거에 나도 한몫하겠다. 당의 승리에 참여하겠다"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선진 정치문화를 만들어 승리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대전시장 선거를 떠올리며 "(피습사건 이후) 투표일을 하루 앞두고 퇴원해 말도 못하고, 연설도 못했는데도 환호와 박수로 맞아주고 기적같은 승리를 안겨줬던 대전을 잊을 수가 없다"며 인사를 시작했다. 그는 "경선을 앞두고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지만, 걱정할 필요 전혀 없다"며 "지금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있고, 더 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검증공방에 대한 우려를 해소키위해 노력했다.

    손 전 지사 역시 검증공방과 관련, "이럴 때일수록 정정당당하게 정도를 걷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점잖게 대도를 걷고, 한밭(대전 大田)처럼 큰 한나라당을 만들자"고 소리 높였다. 원 의원도 "당의 보배를 시장에 내놓으려고 다듬는 과정이며, 보배를 흠집내려는 것이 아니라 보석의 빛을 제대로 찬란하게 내보일 수 있는 가공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의원은 "아직 당에 빨갱이 논란이 있다"며 자신을 겨냥한 정체성 논란을 다시 거론했다. 고 의원은 또 당 경선준비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를 '계파 나눠먹기의 산물'이라고 비난하며, 해체를 주장해 신년인사와 덕담을 나누던 분위기를 잠시 뒤바꿔 놓았다.

    앞서 축사에서 강재섭 대표는 "심판보는 사람을 편들어줘야 심판의 권위가 산다"며 "너무 대선주자들만 편들지말고 강재섭이 편을 들어줘야 당이 잘된다"고 호소하는 듯 농담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25일 대선주자들을 불러 경선승복, 팬클럽 과잉경쟁 자제 등을 주문하고 검증방법도 얘기하겠다"며 "국민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특히 "애들 싸움이 어른싸움 된다"면서 각 대선주자 캠프인사의 '입단속'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 대표와 대선주자, 이재선 위원장 외에도 강창희 최고위원, 김용환 상임고문, 김학원 전국위원회 위원장, 나경원 대변인, 주호영 이진구 한선교 의원이 참석했으며, 박성효 대전시장, 이완구 충남지사 등 당 소속 자치단체장도 함께 자리했다.[=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