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인 국민승리위원회가 "검증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지은 정인봉 변호사의 자료가 위원회의 주장과 달리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변호사가 당에 제출한 자료는 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 내용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총선 당시 이 전 시장의 선거기획을 맡고 당선 뒤 비서관으로 일하던 김유찬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점이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끝날 것 같았던 정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은 김씨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시장이 위증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로 확전됐다. 정 변호사의 자료에 처음 당혹스러워 하던 박 전 대표 진영은 박 전 대표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김씨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이 전 시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아야 한다는 공세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전 시장의 선거법위반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범인은닉'의 경우 대통령 후보 자질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 전 시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구속된 다른 참모의 진술로 혐의가 인정돼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고 김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점도 인정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의 '위증교사' 주장에 박 전 대표가 "그 내용이 하찮은 것인지, 대선후보 자질과 관련한 중요한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한 대목은 대통령 후보로서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진영의 공세초점은 이 전 시장의 '도덕성'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후보검증'을 제기한 유승민 의원은 2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돈으로 증인을 매수하고 해외도피를 시키고 증인에게 거짓편지를 쓰게하고, 이 전 시장 스스로 거짓말인 줄 알면서 자기는 죄가 없다고 기자회견까지하고 이런게 다 드러났는데…"라며 "부도덕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김유찬 의혹'에 대해서도 "김유찬씨와 이 전 시장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기에 사실을 밝혀야 한다"며 "김유찬씨가 자료를 당에 주든 안주든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에 당 검증위원회에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주임검사인 주성영 의원과 이 전 시장의 변호인이던 양인석 변호사 두 사람의 핵심증인이 있다. 양 변호사는 청와대 사정비서관까지 했으니까 청와대도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의 이혜훈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 변호사가)문제제기한 내용이 '사실이다 아니다'를 넘어 과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검증하는데 하찮은 것인지 중대한 것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예를들면 자신이 저지른 죄를 은폐.축소하기 위해 범인에게 도피자금을 불법으로 건네고 해외로 도피를 시켜 범인 은닉죄를 저지른 게 과연 대통령 후보로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부분은 국민이 판단을 하는게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경우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에 대해서 이제까지 음주운전 3회가 넘어도 공천자격을 박탈했고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 전력은 공천자격을 넘어 후보직을 박탈하는 요건으로 해왔다"며 정 변호사가 지난 7·26재보궐 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전략으로 인해 후보직을 박탈당한 사건을 예로든 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당 경선위원회가)가치없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의 후보자격 박탈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