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일 사설 '노 대통령 비난하기 위해 탈당했는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23명이 어제 '통합신당모임'이란 원내교섭단체를 등록했다. 명분도 신의도 없는 탈당 행위로 한국 정치에 흙탕물을 튀겨 놓았지만 어쨌든 이들은 원내 제3세력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국회 공간을 배정받을 것이며 하기에 따라 캐스팅 보트를 쥘 수도 있다.

    이들의 탈당 후 첫 번째 행동은 주말 워크숍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돌을 던진 것이다. 노무현 대선 캠프의 핵심이었던 이강래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했다. 우제창 의원은 "대통령이 잘못해서 개혁·민주의 자산을 다 팔아먹었다"고 했다. 강봉균 전 당 정책위의장, 전병헌 전 당 대변인, 최규식 변재일 의원 등 많은 이가 대통령을 공격했다. 반대로 대통령은 바로 전날 야당 대표 앞에서 이들을 '보따리장수'라 칭하며 차라리 정치를 떠나라고 힐난했다. 이전투구다.

    탈당파의 대통령 공격은 순리에 맞지 않고 순서도 틀렸다. 그들은 대통령이 권세를 누릴 때 그에게 박자를 맞추느라 충언·고언은 한마디도 못 했다. 그런 이들이 대통령이 석양에 초라하게 서자 등에 화살을 퍼붓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남은 사람들 역시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비난은 노 대통령에게만 쏠려 있다. 그렇다면 탈당을 했건 남았건 간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는 건가.

    탈당파들이 일방적으로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노 대통령과 함께 실정에 대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할 집단이기 때문이다. 탈당파는 개헌 발의 반대를 빼고는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탈당했는가. 노 대통령을 욕하기 위해 탈당했단 말인가. 곧 통합신당을 만드는 작업에 돌입한다는 데 정체성이 불투명한 그들이 무슨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 정체성은 앞으로 원내활동을 통해 보여 줘야 한다. 사학법.연금개혁.부동산법.사법개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 기왕이면 민생의 관점에서 입장을 세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