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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때 아닌 '이념논쟁'이 대선 주자간 신경전으로 확전되는 분위기다. 참정치운동본부장인 유석춘 교수와 김용갑 의원이 원희룡 고진화 의원을 향해 각각 대선출마 포기와 탈당를 요구하면서 불붙은 정체성 시비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탈당'요구에 배후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박 전 대표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정체성 시비가 지난 2004년 '정수장학회' 문제를 둘러싼 보-혁 갈등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며 "여러 상황이나 정황을 볼 때 당내에서 그동안 특정인사 쪽에 가까운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이 사전에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들고 일어났다"고 주장한 뒤 박 전 대표에게 "현재의 색깔론이나 이념 공세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명확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고 의원도 2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세력이 헌법, 선거법 및 당헌·당규에 명시된 공정 경선 원칙을 망각한 채 특정 후보에게 탈당과 사퇴를 종용하는 발언을 한다면 이는 명백한 헌법·선거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 의원 모두 법적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고 의원은 이번 문제를 계기로 당내 경선준비 불공정 문제까지 제기할 태세이며 원 의원 역시 기자회견를 통해 정체성 문제를 계속 지적할 방침이다. 결국 '정체성 시비' 불똥은 박 전 대표에게 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진영은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맞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의 한 리조트에서 열린 경기지역 기초의원 연수회 입소식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원 의원의 입장표명 요구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취재진에게 말문을 닫았다. 굳이 대응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취재진이 재차 묻자 박 전 대표는 약간 짜증섞인 어투로 "질문이 경우가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시 질문하자 박 전 대표는 "당에서 본인(원희룡 의원)에게 물어 본 건데 왜 엉뚱한 데다 답하라고 하느냐"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거듭 "경우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경선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대선주자간 본격 힘겨루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체성 시비'까지 불거져 한나라당의 진통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