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2일 현대자동차 노조가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작년 말에 받지 못한 성과금 50%를 받아낼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에선 100여 개 시민단체가 이틀째 모여 현대차 노조에 “즉각 파업을 접고 생산에 몰두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차 노조엔 이제 이런 소리를 들을 귀가 달려 있지 않다.

    이번 파업은 쟁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파업이다. 그러나 노조에는 불법이고 뭐고 안중에 없다. 노조는 조합원 4만2000여 명 가운데 대의원 350명만 모인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파업을 결의했다. 집행부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임금협상 투쟁의 연장이어서 별도로 조합원의 뜻을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핑계고 전체 조합원 투표 결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도 성과금 쟁취파업은 ‘명분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다. 10일 노조의 서울 본사 앞 上京상경투쟁에 노조원이 1000여 명밖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런 분위기를 나타낸다.

    현대차는 작년 12번의 노조 파업으로 1조6000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0.2%, 영업이익은 5.5%가 줄었다. 작년 1월 초 9만5000원대이던 현대차 주가는 현재 6만원대로 떨어졌다. 1년 새 3분의1이 날아간 셈이다.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에는 13만대가 넘는 재고 차량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쌓여 있다. 며칠 전 삼성증권은 “현대차 주가는 4만원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고,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차가 소속된 금속산별노조에 가입된 회사 주식은 사지 말라”는 보고서까지 냈다.

    현대차 노조의 월 조합비는 5억8000만원이다. 연간 70억원이다. 100억원 가까운 적립금도 쌓여 있다고 한다. 현대차 노조 안엔 10여 개 파벌들이 집행부를 장악해 조합비는 물론 90명이 넘는 전임자 자리까지 독차지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말 납품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성과금을 핑계로 강경투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자기들 이권을 지키려고 5만명 현대차 가족과 53만 협력회사 가족까지 천길 낭떠러지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 나쁜 노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