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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6일자 사설 '한나라당, 김칫국 마시고 나사 풀렸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그제 출입기자들과의 신년 모임에서 외설적인 농담을 했다가 사과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을 비롯해 최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성폭행 미수까지 잇단 성(性) 관련 사건으로 ‘성나라당’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판이다. 그런 와중에 당대표가 음담으로 물의를 빚자 당내에서조차 “대선 승기를 잡은 듯한 분위기에 벌써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 대표는 지난달 19일 소속 의원과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부인들에게 “대선 승리를 위해 온 가족이 혼연일체가 돼 자중자애하고 근신해야 한다”며 “남편들이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지금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엄밀히 따지면 현 정권의 실정과 여당의 지리멸렬로 얻은 반사이익에 지나지 않는다. 정국은 여전히 혼미하다. 대통령이 언론을 ‘불량상품’에 비유하고, 국민의 평가마저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불량발언’을 일삼고 있으니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그렇다면 127명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은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나라의 중심에 서야 한다. 대안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줌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러나 요즘 한나라당은 후보 간의 세(勢) 과시와 줄 세우기로 경선 전야(前夜)를 방불케 한다. “당은 안 보이고 대선 예비주자들만 보인다”는 자조의 소리가 무성할 정도다. 게다가 표를 의식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언행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어떤 후보는 “남북 정상회담 해도 상관없다”고 하고, ‘개혁’을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386 출신 소장파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방문해 큰절을 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국가와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는커녕 혼란만 가중하는 꼴이다. 수권 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지 못하면 상승세도 하루아침에 꺾일 수 있다. 어쭙잖은 ‘김칫국 마시기’부터 당장 그만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