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9일자 사설 '대통령이 국민 향해 붙어볼래 하는 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자신의 임기 4년을 평가하면서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다. 28일엔 “자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경제계·언론을 특권집단이라며 맹비난하고 이들과 충돌하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이제까지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할 말 하고, 하나하나 대응하겠다”고 한 뒤 첫 작품이었다. 

    지금 대통령이 하고 있는 말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이 주인공이 대통령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다들 무책임하게 쇳소리나 내는 싸움꾼 시민단체장으로 알기 십상이다. 대통령은 다른 무엇에 앞서 먼저 대통령다워야 한다. 대통령답다는 것은 그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국민이 보기에 그래도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최후 보루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제 국가는 이 믿음 위에 서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금 나라의 뿌리라고 할 그 믿음을 스스로 그 싹까지 밟아 뭉개 가면서 동서남북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통령답지 않으면 실제로는 대통령은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정권의 실정과 무능에 대해 피부로 잘 느낄 수 없을 수도 있다. 피해를 주는 쪽이지 당하는 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지금 동네 시장 아주머니들, 택시 기사들, 식당 주인들, 취업을 앞둔 학생들, 처자식을 교육 난민으로 보내고 기러기아빠가 된 사람들, 내 집 마련이 소원인 젊은 부부들, 이 겨울에 더 어려워진 가난한 사람들, 초조하게 사는 중소기업인들이 하루하루 고스란히 다 떠안고 있다.

    다른 일을 떠나서라도 불과 두 달여 전에 북한이 핵폭탄 실험을 했다.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들이 6·25이후 최대 안보 위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면 이런 때엔 조금 더 머리를 숙이고 국민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 전력을 다해야 마땅하다. 노 대통령은 그 대신에 “와들와들 떤다”고 국민을 비하·조롱하고, 국민을 향해 ‘어디 한번 붙어 볼래’ 하며 멀쩡한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것을 공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1년2개월 동안 개인적인 한풀이와 싸움을 원 없이 해보겠다고 결심한 듯싶다. 시민단체장 같은 대통령이 나라를 마음대로 휘젓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국민이 이 대한민국을 붙들고 가지 않으면 누가 붙들고 지켜 나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