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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의 대권구도는 요동치고 있다. 빅3라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대결구도가 원희룡 의원의 가세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실상 정계복귀한 이회창 전 총재의 최근 행보 역시 파장이 크다. 이 외에도 개혁소장파로 분류되는 고진화 의원이 출마할 뜻을 내비쳤고 서너명 의원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의원은 바로 원희룡 의원.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원 의원이 과연 도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을 뿐 원 의원은 빅3 다음으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자였다.
많은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고 유일한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당내 소장파의 지지도 얻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원 의원은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원 의원의 당선을 점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때문에 원 의원의 출마에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란 설들이 난무하다. 가장 많이 들리는 설은 바로 '차차기 대선'을 노린 출마란 것이다.
원 의원은 당내 차세대 정치인 중 가장 경쟁력 있고 가능성 높은 의원으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출마가 대중적 인지도를 키우고 정치적 성장을 꾀해 다음 대선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원 의원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각종 인터뷰에서 이같은 질문에 "정치적인 판단은 전혀 없었다"고 답하고 있다.
'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할 정도로 원 의원은 마라톤을 즐긴다. 이번 경선에서도 도중하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각종 인터뷰에서도 "완주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막판 손 전 지사와 연대를 모색할 것'이란 해석을 일축한 것이다. 원 의원에게 주어진 첫번째 과제는 바로 손 전 지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만일 손 전 지사를 앞선다면 원 의원은 출마자체의 정치적 의미부여를 떠나 차차기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때문에 정치적 칼라가 비슷한 두 사람이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지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차별화가 힘들 것"이란 전망으로 인해 원 의원이 몸담고 있는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소속 의원조차도 원 의원의 출마를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결국 원 의원에겐 손 전 지사와 차별화가 가장 큰 과제며 동시에 손 전 지사를 뛰어넘어야 원 의원은 자신의 출마에 보다 정당성을 부여하고 한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재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지지율에선 손 전 지사(5%)가 원 의원(1.8%)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원 의원의 출마 이후 손 전 지사 지지층의 이탈현상이 나타나고있다. 개혁성향 손 전 지사 지지층이 원 의원에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의 12월 정례여론조사에서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11월 조사때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2차 민심대장정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원 의원의 출마가 악재로 작용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손 전 지사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라 할 수 있는 30대 남성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고 이탈하는 지지층이 원 의원에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11월 조사때보다 무려 4.4%포인트가 하락하며 11.2%를 얻는데 그쳤고 원 의원은 첫 조사에서 6.5%를 차지했다. '원 의원이 손 전 지사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은 바로 두 사람 지지율 모두 양강을 형성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도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에 따라 손 전 지사와 원 의원의 지지율은 달라질 수 있다. 세 사람의 지지지층이 겹치고 있기 때문에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두 사람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탈 수 있고 이때 손 전 지사에 비해 원 의원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마선언 3일 뒤 발표된 여론조사에 대해 당내에선 '출발이 괜찮다'는 분위기다. 수요모임 소속 모 초선 의원은 "출발이 괜찮다"고 했고 다른 초선 의원 역시 "생각 보다 출발이 좋다. 언론에서 크게 다뤄주지 않고 있는데도 그 정도면 괜찮다"고 했다. 원 의원 측 역시 일단 만족하는 눈치다. 눈에 띄는 점은 출발 전 원 의원을 과소평가했던 당내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원 의원의 대권행보에 섣불리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출마 전 보다 분위기는 좋아진 모습이다. 당내에선 "원희룡이 손학규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원 의원이 어떻게 차별화 된 행보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느냐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이 의원은 '기대할 만 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무엇보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시각이 원 의원에게 쏠릴 수 있고 이런 분위기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손 전 지사를 지지하던 당내 의원들도 원 의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 사정에 밝은 한 당직자는 "원 의원이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 근거로 "정책이나 정치적 퍼포먼스에서 손 전 지사보다 원 의원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또 "손 전 지사는 이미 빅3로 분류되면서 참신함이 떨어진 반면 원 의원은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앞으로 경쟁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출사표를 던질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선주자로서 이미지는 확실히 심어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원 의원의 향후 행보에 따라 '박근혜 vs 이명박', '손학규 vs 원희룡'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있다. 원 의원 측도 1차 목표가 손 전 지사임은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 의원 측은 손 전 지사의 지지층 흡수 보다 원 의원에 대한 새로운 지지층 형성에 기대를 걸고있다.
손 전 지사의 지지율은 1차 민심대장정으로 상승세를 탄 이후 현재 정체중이다. 2차 민심대장정을 통해 상승을 기대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어 손 전 지사가 당분간 상승세를 타긴 힘들 것이란 게 당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 의원 측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손학규 추격이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원 의원 측은 내년 1월 말 혹은 2월 초까진 손 전 지사를 따라잡겠다는 심산이다. 때문에 당분간 진행될 원 의원의 대권행보 초점은 '손학규와의 차별화'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