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소장파가 또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치러진 당 디지털위원장을 뽑는 전국네티즌대회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원외에 또 패했기 때문이다.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소속의 초선인 김명주 의원이 디지털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의원이 아닌 당의 상임전국위원인 김우석씨에게 2198표차로 졌다.

    김씨는 1만9602 유효투표 중 9115표를 얻어 6917표를 얻는데 그친 김 의원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현역의원이 당 사무처 출신의 원외위원에게 패함에 따라 지난 전당대회 이후 위축됐던 소장파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수요모임의 자존심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결과 발표 후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투표결과를 묻는 질문에 "창피하다" "고개를 못 들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사자인 김 의원도 마찬가지. 김형오 원내대표가 투표결과에 대해 "잘 좀 하지 그랬어"라고 하자 김 의원은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수요모임이 원외위원에게 패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과 함께 수요모임을 이끌고 이 모임 대표까지 맡았던 재선의 정병국 의원은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원외였던 홍문종 전 의원에게 두배 이상의 큰 표차로 패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당 청년위원장 선거에서도 모임 소속 정문헌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역시 원외인 김동성 변호사에게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당시 정 의원은 3위에 그쳤고, 여성위원장과 청년위원장, 디지털정당위원장 석권을 노렸던 수요모임은 디지털정당위원장 밖에 차지하지 못했다.

    수요모임은 선출직 당직 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며 자신들의 당내 입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원 의원의 대권출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수요모임 의원들은 원 의원의 출마를 놓고 최종입장조율을 했지만 모임차원의 지원은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요모임의 원 의원 지원여부는 이날 회의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모임차원에서 전제적 지지는 결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명 중 16명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선 원 의원의 출마가 당의 중도개혁세력의 외연확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모았다고 한다. 남 의원은 "(원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은 현재 3명"이라고 했다.

    또 "이번 원 의원의 출마로 현실정치에서의 희망과 한계를 분명히 봤다"고도 했다. 그는 "아직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지만 계속되는 모임 소속 의원의 선거패배로 수요모임의 활동은 점차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