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대선주자들은 다음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을 두고 각기 다른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경우 자신의 가장 장점으로 꼽히는 '강력한 추진력'을 역설하고 있다.

    강한 추진력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진 국가경쟁력과 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모든 초점을 경제에 맞추고 있고 발표하는 공약도 경제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으나 '국민과의 약속' '신뢰' '원칙'등을 강조하고 있다. 매번 강연때 마다 박 전 대표는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불신하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책부분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에 대한 나름의 반박인 셈이다. 가장 큰 예로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들고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이란 점이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예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이번 주 5개의 대학강연을 하면서 박 전 대표는 이 세가지를 빼놓지 않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특강에서도 "현 정부에서 수많은 정책을 발표해도 정책이 도무지 먹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30여분간 강연 내용 중 상당 부분을 '국민과의 약속' '신뢰' '원칙'을 강조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강연 처음부터 "정치가 신뢰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왜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고 이렇게 외면하겠느냐"며 이유는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거짓말하고 말을 바꿔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도 입으로는 집사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강남에 집을 사서 수십억 차익을 남기고도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언론이 트집을 잡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권의 핵심에 앉아 있는데 누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문에 부동산 정책을 100번 내놔도 아무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 뒤 참석자들에게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참석자들은 이런 박 전 대표의 주장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좀더 힘주어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노 대통령을 빗대 "한나라당 지지율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 정도인 한 자릿수가 나올 때가 있었다"며 "그래서 노 대통령 심정을 누구보다 잘안다. 잠도 안 올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지금 (당 지지율이) 상당히 많이 오른 이유는 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에겐 "말을 함부로 하지말고 한번 말한 것은 반드시 책임지고 약속은 지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 국민 지지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지키지 못할 말은 아예 아니 한만 못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날 가장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는 여성 정치인인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을 거론했다. 같은 여성정치인이란 점과 '원칙있는 리더십'을 통해 많은 지지와 높은 평가를 얻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처와 자신의 이같은 공통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그동안 이런 '대처 이미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영국병을 치유한 마가렛 대처 수상과 같은 원칙있는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의 혁명적 변화를 주도할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달콤한 말로 당장 선심이나 쓰고 표나 얻으려는 지도자가 아니라 함께 고통을 나누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을 흘리고 일을 하자고 앞장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시장 등을 방문해 직접 물건을 파는 등 직접체험에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민들과 눈높이를 맞춰 보다 대중친화적인 이미지를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런 행보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설득력과 정당성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 측근들은 "너무 고집이 셀 만큼 박 전 대표는 원칙주의자"라고 한다. 때로는 박 전 대표의 이런 점 때문에 좀더 편히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돌아간다고 푸념도한다. 그러면서도 측근들은 "이런 점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지도자감'이란 평을 듣는다"고 자랑하곤 한다. 박 전 대표는 스케줄을 확정하기까지 매우 어렵다고도 한다.

    박 전 대표는 스케줄을 잡을 때 확실히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상대방에게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한 측근은 "본인 스스로 가겠다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간다. 절대 약속은 어기지 않는 분"이라며 박 전 대표의 '원칙'과 '약속'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밖에도 박 전 대표는 매번 강연과 언론인터뷰는 물론 대중들을 접촉할 때마다 '강한 여성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6개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 지난 5일 박 전 대표는 가는 곳마다 '강한 여성상'을 설파했다. 이날 오찬자리에선 강한 여성을 '한국의 어머니'로 연결시켜 "자신은 찬밥 먹으면서 자식들은 다 가르치잖아요. 이게 어머니의 힘이에요"라고도 했다.

    최근들어 박 전 대표의 강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박근혜식 농담'이다. 대학강연에선 "혹시 여기에 내 싸이홈피 1촌 있느냐" "그러면 1촌대기자 있느냐? 손 좀 들어보라. 1촌대기자까지 포함해서 지금 손들었던 사람들은 사진을 같이 찍겠다" "미니홈피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글을 썼거나 1촌평을 남긴 사람 있느냐"라는 등의 질문을 던진다.

    5일 계명대 강연에선 이런 질문에 손을 드는 학생이 없자 "내가 이 사람들과는 팔짱끼고 사진찍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싸이질 하면서 눈팅만 하는 사람들은 싫다. 계명대가 아주 좋은 학교인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며 장난도 쳤다. 학생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많은 호응을 보내고 있다. 농담도 자주 던진다. 주변에선 "썰렁하다"고 말하지만 측근들은 "다른 사람이 말하면 썰렁한 농담이지만 박 전 대표가 얘기하면 재미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