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8일 사설 <대통령, “북핵이 치명적 상처를 입힐지는 몰라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은 7일 호주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고 할지라도 한국의 군사력은 충분히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우월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북한은 한국과 전쟁을 붙어서 이길 수 없다. 설사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기지는 못한다. 더욱이 정복은 불가능하며, 정복은커녕 지배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지배할 수 없는 국가는 정복하려 하지 않는다. 정복할 수 없는 국가, 이길 수 없는 국가에 전쟁을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이 정말 4800만 대한민국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 입에서 나왔다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북한 핵실험 후 이 나라의 절체절명의 과제는 북핵의 제거다. 북핵이 제거되지 않는 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파고는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가 흔들리면 한국도 따라 흔들리고 어느 날인가 세계의 해일이 한반도 전체를 휩쓸어 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국가의 전 역량을 여기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이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대한민국 대통령이 또다시 ‘북핵, 사실은 별것 아니다’라고 나라의 전열을 흐트러뜨리고 나선 것이다.

    1945년 8월 인구 34만명인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으로 14만명가량이 죽었다. 부상자 10만여명은 평생을 고통 속에 지냈다. 만에 하나 인구 1000만인 서울에 핵폭탄이 떨어진다면 훨씬 더한 참상이 벌어질 것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힐지는 몰라도’라는 식의 대통령 인식도, 이기지 못할 것이기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용기’도 놀랍고 충격적이다. 도대체 대통령은 어느 헌 교과서에서 이런 정세 판단을 익혔고, 도대체 대통령 곁의 누가 이런 생각을 심어 주었는가.

    북한 김정일 체제는 아웅산 테러와 KAL기 폭파를 저지른 존재다. “지구를 깨 버리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그 손에 이제 핵폭탄까지 들렸다. 그런 상대를 눈앞에 둔 대통령이 ‘지배’니 ‘정복’이니 하는 80년대 운동권 대학생처럼 한가한 이론을 강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대통령은 전에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엉터리 예언은 북의 핵실험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대통령의 얼굴을 망가뜨릴 대로 망가뜨리고 말았다. 대통령은 이제 ‘북한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결코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새 예언을 다시 내놨다. 4800만 국민더러 대통령의 독창적 국제정치 이론에 목숨을 내맡기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