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 공략을 재가동했다. 중국 공산당의 공식 초청으로 4박5일간 중국을 다녀온 박 전 대표는 5일 '지방 투어'를 이어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고향인 포항과 자신의 텃밭인 대구를 찾았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강한 여성상'과 '인간미' 강조

    박 전 대표는 오전부터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에만 포항 영일만 신항 건설현장 방문과 죽도시장 방문, 뉴라이트 포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뒤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곧바로 대구로 이동해 오후 계명대와 경북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세미나에 참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단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동하는 곳마다 박 전 대표를 보려고 모인 인파의 사인과 플래시 공세에 시달려야 했고 간간이 짬나는 시간에 방송사 인터뷰도 해야 하는 등 이날 스케줄은 소화하기에 매우 빠듯했다. 저녁식사는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했다.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 전 대표는 틈만 나면 두 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강한 여성상'과 '인간미'. 먼저 '강한 여성상'은 최근 박 전 대표가 언론 인터뷰와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설파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여성이란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한다. 비판에 대한 반박에 다소 소극적이던 박 전 대표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젠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강하다는 점을 전파하고 있다.

    요즘 박 전 대표는 "여성이라 손해를 많이 봤지만 그런 편견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말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일정을 마치고 포항의 한 기사식당에서 동행한 취재진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식당은 70대 할머니가 18년 동안 운영하는 곳이다. 이 할머니는 박 전 대표에게 "18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밥을 팔면서 자식들 교육 다시키고 결혼까지 시켰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곧바로 '강한 여성상'을 다시 꺼냈다. 특히 강한 여성을 '한국의 어머니'로 연결시켜 "그것 보세요. 이게 어머니의 힘이에요. 자신은 찬밥 먹으면서 자식들은 다 가르치잖아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식사 중이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의 말 한 마디에 박 전 대표는 숟가락까지 놓고 '여성도 강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그만큼 여성이란 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듯 했다.

    오후 계명대 강연에서도 박 전 대표는 '강한 여성'을 부각시켰다. 한 학생이 박 전 대표에게 "여성 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우리 어머니들이, 여성들이 얼마나 위기에 강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학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박 전 대표는 "자신은 식은 밥, 찬밥을 먹으면서도 자녀들에겐 따뜻한 밥 먹이고 어떻게든 교육을 시키고, 결혼을 시킨다"며 "가정에 위기가 있을 때 누구보다 강한 사람은 어머니 아니냐. 여성은 위기에 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남자든 여자든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가이다. 신뢰의 리더십이야말로 가장 강한 리더십이고 이런 신뢰는 평소 원칙을 지키는 데서 쌓인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표가 강조한 또 한가지는 '인간미'. 차가운 이미지의 이 전 시장에 비해 인간적인 따뜻한 면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읽힌다. 대중들과의 접촉에서도 박 전 대표는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사인을 받으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오는 지지자들을 기다렸던 이전의 박 전 대표와 달리 요즘엔 먼저 대중들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한다. 

    죽도시장 앞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시각장애인들을 만나자 박 전 대표는 다가가 "여기까지 오셨어요? 저 박근혭니다"라고 말하며 먼저 손을 잡았다. 자청해 기념사진도 찍었다. 악수를 청하는 지지자들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만났다. 포항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선 '가족'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연령따라 대중 접촉방법 달리 해, 대학생들엔 장난쳐

    이날 오전 뉴라이트 포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포항에 와서 한분 한분이 모두 가족같고 많은 시민이 가족같이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따뜻한 가슴을 안고 여러분을 보려고 또 달려왔다"고 했다. 

    대중접촉방법도 연령에 따라 방법을 달리했다. 이날 대학강연에선 학생들에게 농담은 물론, 장난도 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강연 도중 "혹시 여기에 내 싸이홈피 1촌 있느냐"라고 물었다. 답이 없자 다시 "그러면 1촌대기자 있느냐? 손 좀 들어보라. 1촌대기자까지 포함해서 지금 손들었던 사람들은 사진을 같이 찍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박 대표의 농담에 놀랍다는 표정으로 환호했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글을 썼거나 1촌평을 남긴 사람 있느냐"라고 다시 물었다. 손을 드는 학생이 없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내가 이 사람들과는 팔짱끼고 사진찍으려고 했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싸이질 하면서 눈팅만 하는 사람들은 싫다. 계명대가 아주 좋은 학교인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며 장난쳤다. 학생들은 박 전 대표의 생각지 못한 농담과 장난에 "너무 재미있다"며 맞장구를 쳐줬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박 전 대표는 30여분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밀려드는 사인과 플래시 공세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학생들은 박 전 대표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으려고 몸싸움까지 벌였고 사인을 받은 일부 학생들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와 사진찍었다' '박근혜 사인 받았다'고 자랑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취재진과 오찬자리에서는 자신의 농담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를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고 물었다. 취재진들이 "뭐냐"고 되묻자 박 전 대표는 "썰렁해"라고 말했다. 취재진들이 웃자 박 전 대표는 다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는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고 묻고는 "열바다"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썰렁한 것 아니냐"고 말하자 박 전 대표는 "유머는 썰렁해야 웃긴 거 아니냐"고 받아쳤다. 

    박 전 대표는 기존의 '공주'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지적받던 정책 부분도 차츰 공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대중성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높은 대중성은 박 전 대표만의 장점일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런 장점 부각은 물론 좀더 친숙한 이미지를 대중에 전달하려는 모습이다.[=포항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