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9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창균 논설위원이 쓴 '단일화 수수께끼 푸는 법'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을 법한 사람도 “내년 대선에서 누가 되느냐”고 묻는다. “그걸 지금 어찌 알겠느냐”고 손을 저으면 “그럼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단일화되겠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경선에 참여해 그 결과에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을 벌써 몇 차례씩 받았다. 그리고 매번 “승복한다”는 답을 내놨다. 그런데도 지난 추석 때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가 안 될 것”이라는 응답이 51%였다. “될 것”이라는 32%보다 훨씬 많았다.

    그럴 만도 하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단일화 약속에 두 번이나 속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대선 때 김영삼, 김대중 두 야당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고 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997년 대선 때는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이인제 후보가 당을 뛰쳐나가 출마했다.

    10년 주기(週期)의 단일화 약속 뒤집기는 2007년에도 반복될 것인가. 우선 대부분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경선에 참여했다가 그 결과에 불복하는 1997년형 단일화 실패는 이제 벌어질 수 없다. 작년 8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57조 2항은 “당내 경선 후보자로서 당해 정당의 후보자로 선출되지 아니한 자는 당해 선거의 같은 선거구에서는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일단 당내 경선후보로 등록한 뒤 경선에서 졌거나 경선 도중 포기한 사람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내년 대선에서 되풀이될 수 있는 것은 후보들이 아예 경선 참여를 거부하고 각자 출마하는 1987년형 모델뿐이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과거에 단일화가 안 된 이유를 따져 보면 내년 단일화를 점칠 수 있는 힌트가 드러난다. 1987년 대선 때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단일화를 않고 버틴 것은 두 사람 모두 확실한 고정 지지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김씨의 지지자 중 자기 후보가 불출마할 경우 다른 쪽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김대중 후보측은 후보 단일화보다 후보들이 난립하는 쪽이 더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김 후보에겐 ‘도끼로 쳐도 깨지지 않는 30% 고정표’가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1997년 대선 때 이인제 후보가 독자 출마한 것 역시 자기 몫의 표밭이 따로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유권자 중에는 김대중 후보는 원래 고려 대상이 아닌데 이회창 후보도 영 맘에 안 든다는 ‘반(反)김대중 비(非)이회창’ 그룹이 20% 가량 있었다.

    마찬가지로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여부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후보 충성도’에 따라 결정된다. 좀 더 정확히는 ‘당 충성도’와 비교한 상대적 강도가 변수다. 가령 박 전 대표,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반드시 내가 미는 주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단일화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 주자들이 자기 지지자들의 ‘충성심’을 믿고 도박을 걸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지지자들이 “그게 누구든 한나라당 후보를 밀어 노무현 정권의 재창출을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면 단일화가 된다. 어떤 주자가 판단 착오로 당 밖에서 따로 출마해도 그 지지자들은 경선에 참여한 다른 한나라당 주자 쪽으로 급속히 쏠리게 마련이다. 결과적인 단일화가 이뤄진다는 말이다.

    후보 단일화가 될지 정말 궁금하다면 대선 주자들에게 물을 일이 아니다. 대신 주변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를 열 명쯤 찾아보라. 그래서 “당신의 우선 순위는 무엇이냐. 정권교체냐 당신이 미는 후보의 당선이냐”를 물어라. 그 대답이 어느 쪽으로 몰리느냐가 후보 단일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