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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언론인 류근일씨가 쓴 <'남북 정상회담'의 음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정일-김대중-노무현’, 이 세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2007 대선’ 때 남한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악몽 중의 악몽일 것이라는 점이다. 남한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 김정일은 ‘보급투쟁’의 길이 막힌다고 생각할 것이다. DJ는 자신의 정치생애가 땅속에 파묻히는 것은 물론, 그의 대북 불법송금이 조사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야 처음부터 대한민국을 “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본 사람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2007 우파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승리를 보장하는 담보물은 ‘남한의 좌익 + 감성적 민족주의 증후군 + 중간 회색층 + 부화뇌동층 + 지역연합’의 범(汎)좌파 통일전선을 복원하는 것이다. 2002년에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던 이 통일전선은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계기로 일단 해체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김-노 3인’이 하기 따라서는 그것은 얼마든지 순식간에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비장의 깜짝 쇼가 바로 그것이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미 그것을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자며 운자를 떼었고, 노정권은 그 성사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 소식통은 전하고 있다. DJ는 벌써 몇 달 전에 김정일-노무현 정상회담을 재촉한 바 있다. 김정일이 이에 호응해서 어느 날 갑자기 도하 각 신문에 “오는 ×월 ×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열기로”라는 전면(全面) 헤드라인이 실렸다 하면, 세상이 과연 어떻게 될지는 짐작 가고도 남는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일거에 신문 1면에서 밀려날 것이고, 2007년 전반부는 김정일-김대중-노무현 세 주인공들이 쥐고 흔들 것이다. 그리고 2007 후반부는 그 세 주인공들의 축복과 조종을 받는 후계자들의 쇼 무대가 될 것이다.
김정일-노무현 정상회담은 전 세계 TV의 화려한 각광을 받으며 ‘한반도 평화 선언’ ‘민족 화해, 상생, 협력 선언’ ‘자주적 통일원칙 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 거기에 시비 거는 사람들은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졸지에 ‘전쟁세력’ ‘민족반역 세력’ ‘분열세력’으로 낙인찍힐 판이다. 그렇게 되면 좌익은 말할 것도 없지만, 감성적 민족주의 군중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촛불 시위를 벌일 것이며, 중간 회색층은 “나는 역시 중도좌파…” 운운하며 다시 좌(左)로 한 클릭 할 것이다. 그리고 부화뇌동층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 한번 판을 왕창 키워 주고 춤을 추어 줄 것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은 혼비백산, “나도 나도…” 하며 또다시 광장을 찾아 어쭙잖은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스타일만 구길지 모른다.
김정일은 이미 핵을 가졌고, 그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6자 회담을 무한정 끌려 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김-김-노 트로이카’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재확인할 ‘민족공조’를, DJ의 말대로라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게’ 체제화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남한 전역에서는 연일 도청-시청 청사를 때려 부수며 ‘외세(外勢) 및 전쟁세력-반민족 세력-분열세력 타도’를 외치는 폭력 시위대가 ‘혁명 전야’를 연출해 낼 것이다.
이것을 과연 한 편의 과민한 가상 시나리오라고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시나리오를 정말 ‘가상(假想)’으로 그치게 하려면 대한민국 진영은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 저들의 ‘대선용(大選用) 남북 정상회담’ 쇼를 사전에 분쇄할 수 있는 강력한 국민저항 태세, 행동계획, 대국민 교육 홍보를 작동시켜야 한다. 이 절박한 요청에 비추어 본다면 한나라당과 그 대선주자들, 그 주위의 유관 그룹들은 너무나 한가로운 소승적 내부 다툼에만 몰두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자기들이 지금 어떤 배[船]를 타고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자기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무엇인지 과연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기들 공동의 적(敵), 대한민국 전체의 진짜 적이 과연 누구인지조차 헷갈린다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