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의 대권 줄다리기가 다시 균형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도 박 전 대표가 다시 추격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는 '당심', 이 전 시장은 '민심'에서 앞선다는 게 현재 한나라당이 내놓는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처럼 두 사람간 힘의 세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자 소속 의원들 역시 쉽게 특정주자를 지원하지 못하는 눈치다. 이미 '누구의 사람'이라고 명확히 '낙인찍힌'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곤 '중립지대'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따라서 의원들이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에 동행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모 의원은 특정주자의 측근으로 분류된 의원의 점심식사 요구마저도 거절했다고 한다.

    11월 본격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는 '강연정치'를 신호탄으로 쐈다. 박 전 대표의 퇴임 이후 첫 강연인 2일 '서초포럼' 초청 강연. 이날 박 전 대표는 26명의 현역 의원을 대동하고 강연장에 나타났다. 차기 대선 예상 주자의 강연에 이 정도 숫자의 현역 의원이 함께 참석한 경우는 처음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박근혜의 대선출정식'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화려함보다 단촐함을 선호하는 박 전 대표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볼 때 매우 파격적인 행보였다. 이날 강연에는 친박(親朴)의원들은 물론,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던 의원들까지 모습을 나타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덕룡 전여옥 유승민 유정복 김무성 김정훈 공성진 이혜훈 김기춘 김학원 박세환 서상기 이경재 김태환 한선교 허태열 황진하 주성영 박종근 최경환 김학송 심재엽 최구식 곽성문 이한구 이인기 의원이 참석했다.

    7일 저녁 인터넷 기자 간담회에는 유정복 한선교 의원이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이 불참한 9일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 1주년 기념대회 및 전국대의원 총회에도 박 전 대표는 전여옥 곽성문 유정복 의원 등 의원 20여명과 함께 참석했고 14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선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89회 생일을 기리는 숭모제에는 김태환 이혜훈 이인기 유정복 의원이 동행했다.

    이혜훈 유정복 의원은 같은날 저녁 '박정희·육영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도 참석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언론인협회 초청 강연에는 유승민 유정복 의원이 박 전 대표와 함께했고 21일 박 전 대표의 퇴임 이후 첫 부산 방문에는 김무성 허태열 엄호성 서병수 김병호 김정훈 등 친박으로 분류되는 부산지역 의원들이 대거 동행했다.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행사에는 이 전 시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행하는 의원이 많다. 이는 현재 지지율에서 뒤지는 박 전 대표의 세과시 차원이란 분석이 높다. 

    박 전 대표의 스타일도 크게 달라졌다.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당 회의 혹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할 때면 먼저 소속 의원들을 찾아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당 지지기반에서는 여전히 이 전 시장에 앞선다는 평을 받는 박 전 대표가 집토끼 관리를 확실히 하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