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요구로 전국 16개 시·도 단체장들이 21일 한 자리에 모였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 소속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박광태 광주시장, 김완주 전북지사,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도지사까지 모두 한나라당을 찾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6개 시·도 단체장들을 불러 '지역현안 및 2007년도 예산' 관련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여당이 아닌 야당 주재의 정책간담회에 16개 시·도 단체장이 전원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나라당 역시 각 도별로 정책간담회와 당정협의 등을 한 예는 있지만 예산심사를 두고 자당 소속 단체장은 물론 타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을 모두 불러 정책간담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당이 이 같은 시·도지사 정책간담회를 추진한 표면적인 이유는 2007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보다 효율적으로 지자체 예산을 배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책간담회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정부·여당과의 힘겨루기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2007년 예산안에 대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입장 차는 매우 크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나라당은 대북지원 관련 불필요한 예산을 모두 삭감하겠다는 입장이며 열린당은 인도적 지원이란 명분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날 한나라당의 정책간담회는 앞으로 진행될 여당과의 줄다리기 협상을 대비, 소속 단체장 '길들이기'라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날 정책간담회에는 강재섭 대표를 비롯해서 김형오 원내대표와 전재희 정책위의장,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 이주영 수석정조위원장, 박계동 예결위 간사와 나경원 유기준 대변인까지 총출동했다. 강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나라당이 주장한다고 100%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으로 책임있는 예산지원과 지역현안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싶어 모셨다"며 "특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이 아닌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지역 단체장들이 참석해 준 점"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나라살림도 어렵고 국민형편도 IMF때 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며 "온 몸으로 애쓰는 시·도지사들을 모시고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길을 모색하게 돼 뜻깊다"고 말한 뒤 "(오늘 정책간담회가)지방자치가 제대로 되고 국민이 잘 사는 디딤돌이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지방에 가 보면 경제가 죽어간다는 말을 듣는다. 지방투자를 위해 (한나라당이)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를 추진해 방대한 분량의 정책을 만들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지방투자활성화촉진법'을 만드는 중이며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지방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뒤 한나라당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노력한 활동사항을 세세히 나열했다.

    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한구 의원도 "좋은 일자리 빨리 만들기 프로그램의 컨셉은 자치단체가 자력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갖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예산을 만들겠다는 것이 (오늘 정책간담회에서)할 말"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의 인사말 직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오 시장을 비롯한 16개 시·도 단체장들은 주어진 5분여 시간동안 지역현안 해결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26일과 27일 이틀간 광주와 전주를 방문해 사회봉사활동과 정책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한 불모지 호남 공략도 재가동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