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다. 14일 저녁부터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한나라당은 15일 현재 시간까지 단상은 물론, 국회 본회의장 입구까지 보좌진과 당 사무처직원을 총동원해 여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열린당은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전효숙'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의견을 나눴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오전 야3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국회법에는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감안해서 적법한 절차의 하나로 직권상정도 분명히 명시해 놨다"며 강행처리 의사를 피력했지만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시 10분경 의원총회를 마친 열린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이 아닌 의사당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결론을 묻는 질문에 의원들은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 "일단 대기를 하라고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묻자 "대기하라니까 일단 회관이든 어디든 있어야지" "나는 지금 부동산 문제 때문에 잘 몰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화일보에 게재되는 이원호씨의 '강안남자' 소설을 문제삼았던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종합일간지의 청소년 유해성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정 의원은 각자 뿔뿔이 흩어지는 몇몇 의원들을 향해 자신의 토론회에 참석해줄 것을 요구했고 몇몇 의원들은 "난 약한남자야, 강한남자 아닌데…"라며 마지못해 발걸음을 토론회장으로 돌렸다.

    여당의 한 의원은 강행처리 여부를 묻자 "표결을 해도 민주당이 반대 한다는데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 처리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는데…"라고 말한 뒤 "청와대가 임명을 하면 그 뒤에 지도부가 어떻게 할지 얘기를 하겠지"라고 답했다. 다시 '언제쯤 본회의장에 입장하느냐'고 묻자 그는 "모르겠다. 4시라고 말하기도 하고… 연락을 기다려 봐야지"라고 말했다.

    한편,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재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30여명이 의장석 주변에 진을 쳤다. 127명의 소속 의원 중 13명을 제외한 114명이 본회의장에서 대기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의원 보좌진과 당 사무처 직원들은 본회의장 입구에 헌법 법전을 쌓아놓고 바닥에 '헌법을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적힌 A4 용지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 중 일부는 이 종이를 들고 자리에 앉아 여당 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이 '쇼'는 모 의원의 보좌관이 아이디어를 내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협의회 차원에서 실행한 것이라고 한 의원 보좌관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