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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11전당대회를 통해 서로에게 적잖은 상처를 입히고 입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과 이재오 최고위원.
두 사람은 13일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다시 서로에게 남은 앙금을 확인했다. 최근 이 최고위원은 당의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계속 문제제기를 했다. 12일에는 인터뷰를 통해 이른바 '세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러자 강 대표는 13일 오전 회의에서 '경선문제'를 언급했다.
강 대표는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대한 언급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이 때문에 이날 강 대표의 발언은 좀처럼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그의 평소 성격에 비춰볼 때 이 최고위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게 했다. 강 대표는 이날 "경선관련 논의에 대해 대표로서 한마디하겠다"며 "(경선)얘기는 지금 할 때가 아니다. 금년에는 서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표정도 매우 어두웠고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강 대표의 발언을 듣던 이 최고위원 역시 눈을 지긋이 감는 등 불편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당 윤리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윤리위원회의에 대해서 많이 논의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은 10·25 경남 창녕군수 보궐선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한 참석자은 '이 최고위원은 최근 특정인이 공천문제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많이 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이 지적한 소문은 '창녕군수 공천에 지도부 특정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설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후보가 아니라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공천했기 때문에 공천 이후 당내에서는 특정인의 이름이 거론되며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현재 창녕군수 공천문제는 당 윤리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자 강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주호영 의원에게 상황 보고를 지시했고 주 의원은 진행과정에 대한 보고를 했다. 주 의원의 보고 직후 이 최고위원은 "'도리를 따라야 하고, 친소를 따르면 안된다'는 말처럼 당의 기강 문제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당내 문제가 민주적이고 조화롭게 운영돼야 하고 그 중심에 당의 기강확립 문제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런 이 최고위원의 발언의 의미를 묻자 나 대변인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나 대변인은 다만 "이 최고위원이 김영선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펑크'낸 점 등에 대해 지적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최고위원에게 물어보는게 정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런 이 최고위원의 지적에 강 대표도 한 마디 던졌다. 한 참석자는 "경선문제로 인해 오늘 회의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너무 확대해석은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당 윤리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의 이런 주장에 "우리의 당내 기강이라든지 당내 윤리의식을 제고해 결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외부에서 윤리위원장을 영입할 때부터 뭔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것은 예상된 일이고 이러한 순탄치 않은 과정 자체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받아쳤다.
창녕군수 공천문제는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갑 의원과 당 소속 군의원들에 대한 문책 주장과 잘못된 공천을 단행한 공천심사위와 지도부의 책임론이 양립하고 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이 서면서 두 사람은 '경선'과 '공천' 문제로 다시 대립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