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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된 길을 걸어 왔다는 ‘반성론’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정동영 전 당의장은 8일 “4대 입법의 모자를 씌운 것이 잘못됐다. 그동안 실용, 개혁 같은 쓸데없는 공리공담을 해 왔던 것이 통탄스럽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의 상징’인 양 사학법·언론법·과거사법·국가보안법폐지법을 밀어붙였던 게 잘못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5월 그는 대통령이 여당에 사학법 재개정을 권하자 “사학법의 무효·무력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었다.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4년에 “국가보안법과 국가 안보는 아무 상관이 없다. 국제사회도 맹장에 꼬리처럼 달린 우리 국보법 체계를 이상하게 여긴다”고 했던 사람도 정 전 의장이다.
김근태 당의장은 10일 “부동산문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개헌을 통한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검토하겠다. 시장만능주의에 빠진 경제관료들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던 똑같은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튀어 나온 것이다.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국정 운영에 무능해 국민 신뢰를 잃었다. 같은 노선·정책을 가진 세력이 함께하는 것은 아름다운 개혁”이라며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신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003년 “민주당은 아무리 개혁해도 지역구도 한계를 못 벗어난다”며 민주당 깨부수기에 앞장섰던 사람이다. 2004년엔 “민생 안정을 구실로 개혁을 뒤로 밀어 놓아선 안 된다”며 국보법 폐지와 언론악법 등을 밀어붙여 ‘민생실종’ 사태를 불러왔던 장본인이 천 전 대표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7일 국회 연설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은 정치실험이었다. 지킬 것과 버릴 것을 가려내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는 같은 입으로 2003년 9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 민주당을 뛰쳐나간다고 했다.
결국 지금 집권당 전·현 지도부가 펴는 ‘반성론’의 실체는 자신들이 지난 3년 반 동안 나라와 국정을 망치고 국민을 괴롭힌 정치무능력자였다는 告白고백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들이 스스로 실토한 실정 때문에 나라와 국민이 얼마나 많은 고통과 피해를 당해 왔는가. 그런데도 입으로 ‘반성’과 ‘고백’이란 단어를 들먹이는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 정치를 접거나 전업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은 없다. 오히려 대권을 잡아보겠다거나, 그 대권지원자 뒤에서 또 한 자리 얻어 찰까 하는 계산만 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