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운 이미지로 '강단이 없다'는 지적이 받을 만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침착하다.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오 시장은 취임 후 맞는 첫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기존의 이미지를 유지했고 의원들의 감정섞인 공세에도 오 시장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조모조목 답변했다.
서울시 관계자들도 "외모는 부드럽지만 매우 강단이 있다"고 오 시장을 평가한다. 그러나 오 시장은 26일 서울시에 대한 마지막 국정감사 말미에 큰 소리를 치며 화를 냈다. 발단은 오 시장이 지난 5·31 지방선거때 받은 후원금 때문.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오세훈 법'이라 불리는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점을 상기시키며 오 시장이 지방선거 때 받은 고액 후원금 내역을 지적한 뒤 오 시장 스스로가 '오세훈 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첫 질의에서 오 시장에게 후원금을 낸 기업은 물론 기업 임원의 실명까지 거론했고 액수도 공개했다.
이런 양 의원의 주장에 오 시장은 불쾌한 듯 "정치자금법 기본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두 사람의 공방은 질의답변 시간 10분이 지나며 마무리 됐다. 그러나 양 의원은 보충질의 시간에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그러자 오 시장도 작정한 듯 자신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고 마지막엔 "섭섭하다"며 화까지 냈다.
양 의원은 "오전에 분명한 답변을 안했다"며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개정과 관련한 오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며 공세를 펼쳤다. 양 의원은 "오전에 서울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단체, 서울시에서 공사를 수주한 기업, 또 편법으로 부부, 기업임원들에게 고액 후원금을 받은 것이 이른바 '오세훈 법' 취지에 배치된다는 얘기를 했는데 (오 시장이)다른 말로 설명해 유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이 알고받았다거나 기업인들과 친분관계가 있어서 받았다는 건 아니지만 이 정신(오세훈 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후원행위인 것 같다"며 "이에 동의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오 시장은 "그렇게 말할 성격은 아니다"며 정치자금법 개정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하려 하자 양 의원은 오 시장의 말을 막고 다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짜증섞인 어투로 "그때 후원금 상한액을 500만원으로 한 것은… 소액 다수의 후원을 받는 것이 정치를 올바르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판단했고 상한선을 절충하다 보니 500만원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의원은 "후원현상에 대한 본질만 얘기하자"며 오 시장의 계속되는 설명을 재차 막았다.
오 시장은 "그럴 순 없다"고 맞섰고 발언을 이어갔다. 양 의원은 다시 말을 끊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양 의원이 거론한 (내게 후원한)사람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어떤 정치적 신념을 갖고 후원한 것인지 아느냐. 마치 그들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 것처럼 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양 의원은 "이 사안을 보는 시각이 그렇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었다"며 공방을 중단하려 했으나 오 시장은 "형제가 한 정치인을 후원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 부부가 후원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재차 따졌다. 그는 "공적인 장소에서 그런 지적을 하려면 그들이 법을 어기려는 마음을 가졌다는 확실한 정황을 갖고 질의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 의원은 이런 오 시장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듯 "얘기를 들어보라. 그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후원을 했느냐가 초점이 아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오 시장은 분이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고 양 의원이 "(오 시장과)이해의 수준에 큰 괴리감이 있다"고 말하자 오 시장은 "나도 큰 괴리감을 느낀다"고 받아쳤다.
이런 오 시장의 강경한 태도에 양 의원은 "내가 상임위에서 그래도 시간 잘지키기로 알려져 '미스터 타임'이라고 불리는데 (질의)시간을 넘겼다"며 멋쩍은 듯 질문을 마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마이크를 잡은 무소속 최연희 의원은 오 시장에게 "좀 흥분한 것 같네요"라고 말했고 오 시장은 "네. 좀 섭섭합니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