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오랜 장기전이 될 것이다
    도처에 뿌려진 이념의 씨앗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현실의 곳곳에 침투하여

    세계의 살을 녹이고
    뼈를 상하게 하기 까지

    인격도 책임도 없는 개념들이
    서로의 목구멍을 고누는 화살이 되기 까지

    짐승보다 직관이 둔해진 우리는
    매일 조금씩 영혼을 갉아 먹힐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해
    발가락에 치명적인 무좀이 퍼져
    외과수술할 때까지

    흑마사의 통일주문에
    어리석에 걸려든 우리는
    지둔하게 퍼져나가는 세균활동을
    내 발이 아닌 것처럼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