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유엔의) 경제제재에 대응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며, 군사력으로 제재를 물리치려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A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발언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 말에서 "북한은..."이라는 주어만 "우리는"으로 바꾸면 영락 없이 북한외무성 대변인 성명으로 착각할 정도다.

    노 정치가 DJ는 어찌 서울에 앉아서 김정일 정권의 속셈을 그리도 잘 꿰뚫고 있는가.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자 도하 각 인터넷 신문에는 네티즌들의 분노성 댓글들이 쏟아졌다. 개중에는 "혹시 김정일로부터 모종 메시지라도 받았는가"라고 의심하는 글도 있었다. DJ발언의 핵심은 유엔과 미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거나 북한선박을 해상검색하는 경우 북한은 무력으로 대항할 것이니 불상사를 막자면 북을 제재하기 보다 포용해 줄것을 국제사회에 충고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DJ의 발언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메시지가 시종 북한의 입장에 서서 유엔과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세게를 놀라게한 원인제공자는 바로 북한이 아닌가.

    북한은 1991년 남한과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그런데도 뒤로는 은밀히 핵개발을 계속해 왔으며 오늘날 그것이 핵실험이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원인제공과 약속위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문제 삼지 않은 DJ가 핵실험을 저지하기 위해 부득이 경제제재를 하려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정책만 잘못 된것처럼 비판하고 있으니 그의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씨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지 않고 다른 혹성(惑星)에라도 살고 있는 사람인지 묻고싶다.

    DJ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뒤에도 침묵하다가 북의 핵실험은 (전적으로)부시 행정부의 강경일변도의 압박정책 탓이라며 그 책임을 미국쪽으로 돌렸다. 또 며칠전 광주 전남대학에서는 특별강연을 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을 못살게 구니까 북한이 발악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라고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대중씨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아마도 역사상 남북정상회담을 일구어낸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이 훼손될 것을 열려하는 것 이상으로 비판대에 오른 그의 '햇볕정책'이 자칫 끝장날 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에서 나온 절박한 저항일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DJ의 햇볕정책과 이름만 바꿔 각색한 노무현 정부의 '포용정책'은 북한이 벼랑끝 수단으로 감행한 핵실험과 함께 사실상 그 효력이 완전 소멸되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햇볕정책을 통해서만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북한을 녹여서 대화테일블로 나오게 할 수 있고, 그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도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이론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노벨평 화상까지 탄 그다.

    그런데 정작 햇볕정책의 최대수혜자인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9년 가까이 퍼준 막대한 물자와 현금을 받은 은혜도 철저히 외면한채 미사일과 핵실험이란 극단적 무력증강으로 나옴으로써 우리앞에 큰 위협으로 닥아온 것이다. 따라서 햇볕정책과 그 속편인 포용정책은 총체적인 실패작으로 용도폐기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비단 야당만의 주장이 아니고 노 대통령 자신과 집권여당의 중진들도 이미 시인한 바 있다. 북의 핵실험후 노 대통령은 공개석상에 나와서 "더 이상 포용정책을 지속하자고 주장할 수 없게된 상황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한명숙 총리도 국회에 나와서 포용정책에 대해 사과했으니 결론은 분명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씨는 더 이상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려고 경강부회의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햇볕정책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솔직히 시인하는 대인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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