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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7일 사설 <북 핵실험 이후 바뀐 세상 못 읽는 ‘핵맹(核盲)’ 한국>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체니 미국 부통령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일본이 핵 개발에 나설지 모른다”며 중국에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했다고 뉴스위크지 최신호가 보도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내려놓도록 하기 위해 ‘일본의 핵 보유’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할 태세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은 15일 TV 인터뷰에서 “핵 보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탄력을 이용해 본격적 재무장에 핵까지 붙이려 하고 있다.
10월 9일의 북한 핵실험이 동아시아 전체에 핵긴장을 몰고 온 것이다. 핵의 후폭풍은 먼저 중국 쪽을 향해 불고 있고, 이것이 북한의 맹방 중국을 바꿔놓고 있다. 중국은 최근 북한 주민이 걸어서 중국 쪽으로 건너 올 수 없도록 압록강 국경지대에 군을 투입해 2.5m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중국은 또 북한 접경지역인 단둥 소재 은행의 대북 송금을 예고 없이 중단시켰다.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이후 동북아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됐다. 동북아 국가들도 완전히 달라진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자주 국방’ 구호에 취해 있다가 10월 9일 아침부터 핵무장한 북한 앞에 무방비로 서게 됐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전의 태평 세상에서 살고 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유엔 결의와 무관하다” “북한 선박 검색은 남북 해운합의서에 따라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누구한테서 귀띔을 받았는지 ‘북한 핵은 대한민국을 겨냥하고 있지 않다’던 핵실험 이전의 그 목소리 그대로다.
미·일 양국이 지난 6일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했을 때 우리 정보기관은 “북핵은 협상용이기 때문에 4~6주 시간을 끌 것”이라고 했다. 국가정보원장은 핵실험 30분 전까지도 국회에서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보고했다. 핵실험 장소는 9일 오전과 오후, 13일과 15일까지 네 차례에 거쳐 달리 발표했다. 핵실험 일주일이 지나도록 방사능 물질도 탐지하지 못한 채 “미국 정부로부터 ‘탐지했다’는 정보를 들었다”는 말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정부는 핵에 대한 관심도, 핵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고, 핵 실상에 대한 파악 능력도, 핵에 대한 대처 능력도 갖추지 못한 ‘핵맹(核盲)’ 정부라는 얘기다. 4800만 국민은 이런 정부를 믿고 지금 북핵과 마주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