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4일자 사설 '열린우리당은 어느 쪽 집권당인가'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올립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13일 한국주재 영국 대사를 만나 “북핵 해결을 위해 6자회담, 북미회담, 남북회담을 모색해야 한다. 영국은 북아일랜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으니 무력충돌을 막고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영국이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영국 대사는 “아일랜드는 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북핵은 전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 의장에게 한국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에 앞서 지난 11일 개성공단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통일부에 알렸고, 12일엔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들을 만나 “어떤 경우에도 집권여당이 (개성공단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집권당 의장이란 사람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사를 상대로 유엔 안보리가 준비 중인 대북제재 결의안을 놓고 말이 안 되는 비유를 끌어다 발이나 걸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영국대사가 “한국 정부와 집권당의 입장이 도대체 뭐냐”고 물었겠는가.

    김 의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불과 이틀 뒤 개성방문 의사를 밝혔다. 대한민국이 북핵 앞에 발가벗고 서게 된 충격 속에서 개성사업부터 챙겼다는 말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개성공단 부지를 빌려준 대가로 1200만달러, 북 근로자 임금과 통신비 등 명목으로 1207만달러를 거둬갔다. 국제사회는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이 돈과 금강산관광으로 북한에 흘러가는 현찰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 왔다. 김 의장은 이 마당에 유엔 안보리의 제재 내용이 전해지기도 전에,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불쑥 대한민국 집권당의 이름을 걸고 개성공단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77명이 13일 대북 포용정책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 지속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걸 보면 그 정당의 위아래가 다 같은 모양이다. 그 정당이 남쪽 집권당인지 북쪽 집권당인지 헷갈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