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자 오피니언면 '광화문에서'란에 이 신문 홍권희 논설위원이 쓴 <추석이 두려운 '누무현 세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요즘 젊은이는 무엇에 바쁠까.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박람회를 돈다. 이달 초 일부 대학은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연일 수천 명의 학생이 몰렸고 대학 1, 2학년생들도 적지 않았다. 

    가족 친지들에게서 “취직했느냐”는 질문을 받을까 봐 추석이 두려운 젊은이들. ‘백수’가 괴로워 남학생은 군대를 빼고도 2∼3년, 여학생은 평균 7개월을 학교에 더 머물며 취업 기회를 노린다는 그들. 노래조차 ‘잘∼부탁드립니다’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취업 시즌인 9, 10월은 낙망의 계절이다.

    8월 중 15∼29세 청년 실업률은 7.4%였다. 전체 실업률의 2.2배로 1.2∼2.1배 수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회원국보다 높다. 공식 통계로 청년 실업자는 38만 여 명이지만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취업 애로층은 1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아래 20대 ‘백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취업시장의 노무현 세대’는 대체로 1976∼85년생이다. 노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공을 들였더라면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더 나은 청년시절을 보내고 사회도 밝아졌을 것이다.

    정부 인식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한다. 노 대통령은 작년 1월 김진표 씨를 교육부총리로 임명하면서 “당면한 청년실업 문제, 이와 관련된 대학교육 문제를 풀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청년실업은 경제가 아닌 교육의 문제”라고 한 것은, 선의로 해석하면 대학 교육이 신규 일자리 창출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김 씨는 주로 대입제도 통제와 사학(私學) 규제의 전도사 노릇을 하느라 바빴다.

    지난주 ‘사회서비스 일자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노 대통령은 “성장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거의 끝나 간다”고 했다. 그러려면 ‘실업수당 등 복지로는 일자리 문제가 더 꼬인다’고 보탰어야 옳다. 실제로도 성장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다시 커졌다는 게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게다가 사회서비스 사업을 왜 정부가 벌이려 하는지가 궁금하다. 사회서비스 공급이 부족하다면 정부는 관련 규제를 풀어 놓고 뒤로 물러나면 된다. 민간이 자기 책임 아래 사업을 벌이고 고용도 정부 목표 이상으로 늘릴 것이다. 현실을 보면 보육 관련 서비스는 관련 법령이 46개나 되고 가격 규제와 진입 규제가 있다. 보건의료 부문도 진입 규제가 심하다. 이래 놓고 민간의 참여를 압박하니 앞뒤가 맞는가.

    정부가 올해까지 3년째 추진한 ‘사회적 일자리’ 대책은 ‘나쁜 일자리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로선 실적 숫자를 늘리는 게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 지원을 받아 값싼 ‘사회적 인력’을 채용하고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사례까지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노 정부가 지향하듯 세금 풀어 복지와 고용을 개선하면 노벨상감이다. 일자리는 성장이 만들고 성장은 민간의 활력에 달려 있다. OECD도 ‘세금과 실업수당을 낮추고 규제를 풀면 실업률이 낮아진다’고 정책 권고를 해 왔다. 이런 ‘기본’을 무시 또는 역행하도록 대통령에게 꼼수만 들려주는 참모와 경제 관료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하다.

    오늘도 이력서 빈칸을 채워 나가는 ‘취업시장의 노무현 세대’가 좋은 일자리에 도전해 성공할 날은 언제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