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를 ‘성공적으로’ 막아낸 한나라당. 19일 국회 본회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승자’는 분명 한나라당이다. 하지만 20일 한나라당 지도부의 표정은 ‘패자’의 모습에 가까울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전날 본회의장 의장석까지 점거하는 ‘대전’을 치른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가졌다. 최고위원들과 5선 이상의 당 중진 의원들이 모이는 이날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은 한영·권영세 최고위원 두 명 뿐이었다. 전날 책상까지 치면서 김형오 원내대표가 가져온 비교섭단체 야3당 중재안을 거부, 당의 강경 기조를 이끌었던 이재오 최고위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정형근·전여옥 최고위원은 제2차 방미대표단으로 출국한 상태다.

    이 최고위원측은 “지역구에 일이 생겨 오전에 급히 내려갔다.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에게 호통까지 쳐가며 ‘전효숙 파동’에 대한 당의 강경 투쟁을 선두에서 지휘했던 이 최고위원의 불참은 한나라당 지도부간의 ‘껄끄러운’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대표최고위원실에서 회의준비를 하고 있던 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특히 야3당 중재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가 이 최고위원으로부터 ‘퇴짜’ 맞은 김 원내대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시종 일관 어두운 표정이었다. 한나라당이 원했던 대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무산됐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의 대표는 강 대표가 아닌 이 최고위원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당 투톱이 이 최고위원에 끌려 다녔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강 대표는 썰렁한 회의 자리를 염두에 둔 듯 “최고·중진회의는 가능하면 배석자 없이 한다. 그렇다고 (마이크) 전원까지 끊느냐”는 농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뒤 “어제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는 김 원내대표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대처해서 상황 끝났다”며 “앞으로도 원내대표 중심으로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싸늘한 회의 분위기는 “(차명진 의원이 북한 사람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려 한 것이 모욕했다는 뜻이라며 불손한 짓을 했다는데, 북한은 식량도 잘 받아먹고 비료도 잘 받아먹으면서 왜 아이스크림은 안 받아 먹느냐”는 박희태 의원의 말에만 잠시 누그러졌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