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시대의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이 오랜만에 대단히 용기 있는 ‘바른말’을 해서, 친북좌파인 현 윤광웅 국방부장관과는 천지차별이 있는 대조적 경륜을 지닌 국방부장관임을 느끼게 했다.

    한때 DJ시대 국방부장관, 국정원장으로서 약간은 실망스러운(?) 인상을 풍기기도 했었던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은 지난 1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단독행사’ 원칙이 합의 된 후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끝내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 역사가 길을 잘 못 가고 있다”고 노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는 천용택 전 장관이 참으로 현실을 곧은 눈으로 응시하는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한미정상회담 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을 통해 ‘6.25는 미국의 책임’이라는 왜곡된 역사관으로 북한과 노 정권을 향해, 아부성(?) 발언을 한데 반해, 김대중 시대의 DJ복심(腹心)으로 통했던 천용택 전 장관은 금번 ‘전시작전통제권’ 사태를 “우리가, 우리 역사가 잘 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정확히 관조(觀照)하며 분석(分析)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커다란 인식의 대조를 이뤘다.

    비록 DJ에 의해 임명된 국방장관, 국정원장이었지만, 이토록 ‘전시작전통제권’의 현실 인식에 대한 정반대 차이를 드러낸 것은 곧 김대중 씨는 친북좌파였음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요, 우파인 천용택 전 장관은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지닌 전직 군인이었음을 웅변으로 나타낸 것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권세력인 천용택 전 장관의 인터뷰 내용은 곧 ‘한미동맹’의 본질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여·야가 모두 함께 천용택 전 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진지하게 경청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천용택 ‘열린우리당 고문’의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한 9월 18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전문이다.

    “끝내 일 저질러… 이양 시기만은 못박지 말라”
    韓美정상 작통권 원칙 합의… 다시 입 연 천용택 前국방
    ‘北위협 해소되면 이양’ 등 조건을 놓고 협상해야


    1991~92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으로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 교섭대표를 했던 천용택(千容宅) 전 국방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에 큰 우려를 토로한 바 있다. 천 전 장관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유사시 막강한 미군 증원군의 투입이 불확실하게 되며, 이는 북한의 오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걱정했었다. 한미정상회담(15일)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의 한국 단독행사 원칙이 합의된 뒤인 17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놓고 천 전 장관을 다시 인터뷰했다. 천 전 장관은 “끝내 일을 저질렀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역사가 길을 잘 못가고 있다”고 했다. 천 전 장관은 오는 10월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 협상과 관련 “앞으로 몇 년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줄 알고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를 못박겠다는 것이냐”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시기를 놓고 협상해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천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을 지냈고, 현재 열린우리당 고문이다. 다음은 문답 요약.

    ―10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를 결정한다고 한다.

    “한국군 단독행사를 전제로 시기만 결정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다. 한국군이 단독행사 하는 시기는 시간표에 따라 할 일이 아니라 안보 상황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북한의 군사 위협이 없어지는 그때 한국이 단독행사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미국과 어떻게 협상해야 하나.

    “2009년(미국 정부 주장)이니 2012년(한국 정부 주장)이니 시기를 놓고 협상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작통권을 단독행사 하려면 북핵 위기가 풀리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없어지는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앞으로 상황에 대한 여러 시나리오를 상정해놓고 그 중 이러이러한 상황이 오면 한국군이 행사토록 하자는 식으로 합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군의 태도로 보아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정말 그렇게 해야 한다. 정말 2012년에 어떤 상황이 올 줄 알고 이러는 것이냐.”

    ―부시는 ‘한반도 안보에 책임을 진다’고 말했는데.

    “말은 말일 뿐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방위조약이 있기 때문에 유사시 미군 직접 개입이 보장된다고 하지만, 조약상 의무만 지고 있는 대통령의 책임감과 실제 작전을 책임지는 군 지휘관의 책임감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통령은 그때 가서 국익에 맞으면 약속을 지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역사가 말해준다. 그러나 주한미군 사령관은 전적인 지휘책임을 지기 때문에 모든 전투력을 동원해 한국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지휘 책임을 졌을 때 느끼는 책임 의식은 군 생활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미군 증원과 지원이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조약상 의무만 지게 되면 전쟁이 터져도 한 발짝 물러나 여론을 살피며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다. 그때는 조약상 의무도 적당히 지키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어떤 경우든 미군이 작전 책임을 지고 있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시 증원군 의무화를 확약 받겠다는데.

    “미국은 지금 주일 미군은 물론 주한미군까지 전략적 유연성을 가지면서 한국에 묶여 있는 책임에서 빠져나갈 찬스다. 한국이 요구하면 약속은 하겠지만 지휘책임을 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자주(自主)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상하게 ‘자주’라는 감정적 용어에 휘말려 있다. 우리는 이미 평시 작통권과 국군통수권을 갖고 있어 자주국가다. 다만 전시 지휘 통제 차원에서 작통권을 미국과 공동 행사하는 것인데, 여기에 자주라는 용어를 들이대는 것은 철부지 수준의 발상이다. 미국과 동맹을 맺지 못해 안달인 나라가 세계에 얼마나 많은가. 일본은 미군과 단일군처럼 일체화로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 유사시에 대비해서라도 작통권 단독행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주한미군은 통일을 위해서도, 통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 도움 없이는 통일을 할 수 없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을 설득하고 동조를 끌어낼 파워를 가진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미국이 나가면 주변 강국들이 우리 말을 듣겠느냐. 자주라는 용어가 나라를 한없이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떠난 후 필리핀이 얼마나 퇴보했느냐. 한미동맹이 깨져 미군이 떠나면 우리 경제도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노 대통령이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에 개입하지 않았고 전적으로 군의 판단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에 대해 대통령이 군의 건의를 하나도 보태거나 빼지 않고 받아들였다는 설명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청와대가 결과에 책임지지 않고 군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알기로, 우리 군에서 작통권 단독행사를 먼저 주장한 사람이 없다. 청와대에서 일방 추진해놓고 문제가 생길 것 같으니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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