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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8일 사설 '동해바다만큼 벌어진 대통령과 국민과의 거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인 15일 “한미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이번 방미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가 ‘돈독하게’ 가고 있고 ‘발전적으로’ 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을 두고 ‘한미 간 이견이 동해바다만큼 넓어졌다”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한미 대통령이 큰 이견 위로 스케이트를 지치며 건너갔다”고 했다. 대통령이 한미관계가 ‘돈독하고’ ‘발전적으로’ 가고 있다고 한 말은 지금의 한미관계가 미국을 대표하는 이 두 신문이 표현한 상태와 같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 반대라는 뜻인가가 궁금하다.
한미관계는 그렇다 치고 대통령과 국민의 관계는 지금 ‘돈독하고’ ‘발전적’인가.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임하기 직전 여론조사 결과는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에 대해 66.3%의 국민이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고, 29.4%만이 ‘주권과 관련이 있고 자주국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고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2일 조사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14.6%, 반대는 70.1%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통령은 이 두 조사에서 나온 14.6%와 29.4%의 국민만을 대변했다. 전작권 단독행사에 반대하는 66.3%의 국민과 대통령의 국정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70.1%의 국민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변인조차 갖지 못한 셈이다. 이것이 지금 대통령과 국민 사이다.
정상적인 나라의 보통 대통령이라면 나라의 안보를 좌우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 다수의 뜻이 대통령의 뜻과 다르고,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이 10명 가운데 1명 반밖에 안 되는 상황에선 국민이 묻기 전에 ‘이 문제를 지금 내가 처리해도 되는지’를 스스로 먼저 물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작년 9월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되자 “자화자찬 같지만 외교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업적을 그렇게 부풀린 이후의 지난 1년은 한국 외교가 건국 이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됐던 시간이었다.
대통령이 “제도적 물질적 대북 지원은 조건 없이 하겠다”고 말한 뒤 북한은 그에 대한 답례라도 되는 양 미사일 7발을 발사했다. 일본은 교과서 왜곡을 계속하고 독도를 넘보며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중국판 역사왜곡을 다시 시작하고 우리 해역인 이어도에 대해서도 입간섭을 하고 나섰다. 그 중국과 일본이 한국 뒤에서 자기들끼리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한다는 소식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7월 유엔 안보리가 대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것조차 모를 정도로 따돌림을 당했고, 그걸 백악관 관계자가 “자업자득”이라고 했던 게 요즘의 한미관계였다.
대통령이 이끄는 3년8개월 동안 대한민국과 세계와의 거리는 동해바다보다도 더 벌어진 것이다.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이런 사태를 만든 근본원인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 사이의 이 위태위태한 거리를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