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 7일자 여론면에 이 신문 성한용 선임기자가 쓴 '우파는 유능한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의 박찬숙 의원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재미있는 토론회를 열었다. 제목이 ‘한나라당의 집권 확실한가’였다. 15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발제를 한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2007년 대선은 여전히 안정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이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를 원한다면 집권하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국가 발전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곧바로 반론에 부닥쳤다. 서경석 목사는 토론에서 “정권교체를 안 하면 나라가 망한다. 한나라당이 진정한 보수라면 고건씨까지 끌어들여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고 했다. 청중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비슷한 토론회가 지난 6월5일에도 열렸다. 5·31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직후였다. 전여옥 의원이 주최한 ‘200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발전전략 세미나’였다. 주제는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 꿈은 이루어지는가’였다.

    한나라당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확실히 집권하느냐에 온통 쏠려 있다. 다 좋다. 정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걱정스럽다. 도대체 ‘왜’, 한나라당이 집권을 해야 하는지, 집권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설명이 별로 없다. 한나라당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경제와 복지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 짧은 질문에 좀처럼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를 ‘무능한 좌파’라고 비판만 했지 정책 대안이 별로 없다.

    한나라당은 유능한가? 의원들 명단을 놓고 행정부 장·차관이나 광역단체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추려봤다. 박희태·김기춘 법무부 장관, 김덕룡 정무 1장관, 김용갑 총무처 장관, 이재창 환경처 장관, 김무성 내무부 차관, 이경재 공보처 차관, 정형근 안기부 1차장, 이상배 서울시장, 이해봉 대구시장, 허태열 충북지사 등이 있었다. 미안한 표현인데, 대개는 ‘흘러간 사람들’이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유능한가? 잘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요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협상을 다음 정권으로 미루라고 요구한다. 미국의 태도가 찬성으로 밝혀지면서 발이 좀 꼬이긴 했지만, 어쨌든 방향은 확실하다. 그런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어떤가? 말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이다. 이유를 물었다. “어차피 안 될 것 같은데 굳이 나서서 매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비겁하다. 하긴 한나라당만 그렇겠는가. 이 땅의 자칭 ‘보수’ 내지 ‘우파’들이 대체로 그렇다. ‘좌파’에 대한 증오만 있지, 도대체 자기 주장이 별로 없다.

    “저들은 1류 아닌 3류 ‘얼치기’ 좌파, 그리고 좌파이기 이전에 ‘마음이 꼬인’ 부류다. ‘마음 공부’도 없고 버릇·예의·교양도 없는데다 자제력마저 없는 비뚤어진 심성이 이념적 우월감과 결합했으니 저런 말버릇과 행태가 나올 수밖에 없다.”(5일치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우파의 미덕은 본래 아량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우파들은 다음 대선에서 좌파만 쓸어내면 곧바로 선진강국이 도래할 것처럼 말한다. 이건 사기다.

    누가 좌파인가?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를 외치고 있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좌파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치적으로 삼으려는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인가? 그런가? 세상은 복잡하건만 우파들의 시각은 너무나 단순하다.

    ‘흑묘백묘’란 말이 있다. 우파는 좌파와 이념이 아니라 능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제발 부탁인데, 집권하고 싶으면 공부 좀 하라. 무식한 사람들이 집권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