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 인사청탁 압력을 넣은 주범으로 지목되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라는 양정철씨가 또 입을 열었다. 진상조사단까지 꾸린 야당의 끈질긴 조사와 청문회 개최 요구로 궁지에 몰린 양씨가 결국 친노 사이트에 기대 자신의 주장을 토해냈다.

    대표적 친노 사이트인 오마이뉴스가 17일 양씨가 보낸 '기고문'이라며 소개한 장문의 글은 노무현 정권에 딸린 비서관이 얼마나 '안하무인'격인지 충분히 짐작하고 남게 한다. 양씨의 강변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늘 그래왔듯 '언론탓'과 '야당비난', 그리고 '노무현 찬양'으로 채워졌다.

    양씨는 "배 째드리지요"라며 유 전 차관을 협박한 당사자로 지목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마치 자신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라도 되는 양 "운동권이 성(性)을 혁명도구화 한다는 루머 이래 최악의 악성 유언비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씨는 '이 발언이 결국 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을 향해 "그 말 하신 분, 기자 생활 헛했고 국회의원 생활 함부로 하는 것"이라며 "정중히 사과하든지 아니면 각오 단단히 하라"고 협박했다. 청와대 비서관이 국민의 부름을 받은 국회의원을 향해 내지른 이 말은 "배 째달란 말이죠? 째드리지요"라는 유 전 차관의 전언 내용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보인다.

    앞서 고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과 함께 양씨가 대통령 비판에는 가차없이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서 왜 유 전 차관을 통해 불거진 의혹에는 침묵하고 있느냐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그들의 해명을 촉구했다.

    나는 이들이 해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공개질문을 하고자 한다. "인사 청탁은 대통령의 지시사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배 째라면 배 째 드리지요'의 워딩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으로 이 말을 한 사람은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오랜 기간 중앙일보 기자생활을 지내고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친 재선의 고 의원이 이같이 양씨에 해명을 요구한 것이, "기자생활 헛했고 국회의원 함부로 한다"는 저급한 욕설을 듣고 '각오 단단히'해야할 지경에 몰리는 수모를 당하게 만든 꼴이 돼버렸다. 양씨는 문제의 발언은 "소설같은 이야기"라며 "내가 무면허 외과의사냐"고 반박했다. 궤변의 극치다. '계륵'이라는 표현에 '음식'으로만 생각하고 '대통령을 욕보였다'며 광분한 이백만씨와 유사하다.

    양씨는 언론과 야당이 이번 사태를 두고 '보복경질'이라고 단정하고 있다며 "보복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마라"고 협박했다. 그는 차관경질을 '부모가 아이에 회초리를 드는 것, 교사가 노력하지 않는 학생에게 나쁜 점수를 주는 것' 등에 비교하며 "이것이 보복이냐"고 따졌다. 자신들은 '부모이고 교사'며, 나머지 국민들은 '회초리 맞아야할 아이나 노력하지 않는 학생 수준'이니 조용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주장의 말미에 양씨는 "영웅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면서 "지금 언론과 야당은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의 문제도 아닌 한 사람의 넋두리를 갖고 영웅담을 쓰고 있으며, 대단한 의혹이나 비리라도 있는 것처럼 흥분하고 있다"며 언론과 야당을 싸잡이 비난했으며 유 전 차관을 형편없는 인물로 만들었다.

    그는 "청문회, 얼마든지 하라. 열번 백번 해보라"며 당당함을 보이면서도 "다만 야당도 한가하고 자신이 있으면 면책특권을 포기하고 당당하게 진실을 가리는 장으로 나오라"고 요구했다. 삼권분립이나 국회의 권위와 청문회의 의미따위는 중요치 않으니 그냥 '필드'에 나와 '맞장떠보자'는 식이다.

    양씨는 "국면이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가 이름 석 자 걸고 당당히 책임있게 진실을 가리자"며 "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양씨가 '이름 석 자'를 같이 걸고 맞설 정도의 '급'이 되는 지는 더 두고볼 일인 듯하다.

    1964년생인 양씨는 언론노보라는 데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한보사태 때 정태수 회장 비서 등을 지냈으며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일한 것을 기화로 청와대에 한자리를 얻어냈다. 양씨는 노 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내언론 행정관과 비서관을 거쳐 2004년 홍보기획비서관에 올랐으며, 노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과 야당에는 어김없이 막말을 내뱉아 온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