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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명박 두 차기 대선주자의 대리전 끝에 탄생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체제는 시작부터 악재에 시달리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출범하자마자 수해골프 파문과 호남비하 논란 등으로 강 대표는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했고 불패를 이어오던 보궐선거에서도 한석을 내줬다.
그러자 당내에선 강 대표에 대한 불만이 적잖이 쏟아지고 있다. 불만의 대부분은 '카리스마가 없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아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 등이다. 무엇보다 강 대표에게 치명적인 것은 당이 박근혜 체제에서 강재섭 체제로 전환되며 집권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아직 출범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시작부터 너무 불안하다는 것이다. 당직자들과 보좌진 입에선 "이래선 안되는데…"라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자주 나온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우세하다.
강 대표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특히 '박근혜 친정체제'라는 말에 강 대표는 매우 언짢아 한다고 한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중진의 강 대표 입장에선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 대표의 경우 2004년 총선 전 당내 비주류였던 박근혜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든 공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강 대표가 '박근혜의 도움'으로 당 대표에 올랐다는 점은 당내 다수가 공감하고 있어 강 대표로선 '박근혜 그림자'를 지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때문인지 최근 강 대표는 예전과 매우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유의 유머와 위트로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강 대표의 최근 모습에선 그같은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잇따라 터진 악재에 강경한 조치를 내리고 지도부 회의에서도 원내사령탑인 김형오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과거엔 찾기 힘들었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강 대표 측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가 매 사안마다 수시로 전화를 통해 보고까지 하고있다"며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당내 비판을 반박했다.
강 대표는 최근 당내에 '참정치 운동본부'를 만들라고 지시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수해골프, 호남비하 발언 7.26재보선 '성북을 패배' 등으로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참정치 운동본부'를 통해 ▲도덕성 회복 ▲정책역량 강화 ▲외연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참정치 운동은 내가 오랫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다. 도덕성 회복, 정책을 잘 만들어서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 두 가지가 참정치의 핵심"이라며 참정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에 "지도부에서부터 일선 당원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당풍운동으로 이어지도록 행동강령과 실천계획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당 윤리강령 부터 의원 개인행동지침까지 담기게 될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위원회에 모두 일임했다.
아직 운동본부의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준비위원회는 참정치 운동본부가 지도부의 제약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준비위원회에 소속된 모 의원은 강 대표에게 이 같은 건의를 했고 강 대표도 동의했다고 한다. 때문에 참정치 운동본부는 지도부 견제는 물론 소속 의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막강한 당내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준비위원회는 소속 의원들의 행동강령까지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소속 의원이 비리에 연루되거나 당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경우 지금보다 훨씬 강도높은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준비위의 한 관계자는 "준비위원들이 이번 만큼은 당 분위기를 확실히 바꿀 엄격한 룰을 만들고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 이 기구가 박 전 대표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강 대표의 묘책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강 대표가 참정치 운동본부를 통해 '강재섭 색깔'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준비위 측 관계자도 "운동본부가 강 대표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그럴경우 강 대표도 박근혜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운동본부 구성으로 강 대표가 자기색도 찾고 당 장악력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