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모습에는 피곤함이 역력해 보인다. 취임한 후 보름동안 ‘터지는 사고들’을 ‘봉합·수습’하기에 바쁜 나날을 보낸 강 대표다. 

    7·26재·보궐선거라는 ‘작은 전투’를 치르고 난 뒤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강 대표의 얼굴은 핼쑥해 보였으며 재보선에서 승리한 맹형규·차명진·이주영 당선자를 맞이하는 표정에도 기쁨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당 대표 취임 첫날부터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무보이콧 등 극심한 전대후유증을 겪은 강 대표는 이 최고위원이 머물고 있던 산사까지 직접 찾아가 당무 복귀를 이끌어 내며 갈등을 봉합하려 애썼다. 이후 재보선에 대한 지원유세까지 접고 수해지역 복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해소되지 않은 감정의 골을 메울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밖에서 사고를 쳤다.

    성북을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도당 간부 수해지역 골프 파문이 터진 것이다. 강 대표는 즉각 ‘홍문종 제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며 사태 봉합에 나섰지만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강 대표는 결국 취임 일주일 만에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선거 무패 행진’을 이어온 박근혜 전 대표가 물러나자마자 성북을 보선에서 패배했다는 점도 강 대표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다. 분골쇄신해서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강 대표는 공개회의 말미에 또 한 번 유감표명을 해야만 했다. 전날 김수환 추기경을 예방한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유기준 대변인 브리핑을 거쳐 “김 추기경이 한나라당 지지선언을 했다”고 보도되자 천주교측의 강한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어제 김 추기경을 예장해서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비공개로 한 여러 가지 말씀에 대해 일부 취지가 어긋나게 브리핑 된 부분이 있다”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공개에서 나눈 이야기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행인데 우리 대변인실에서 경험이 일천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로서 추기경님과 천주교에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진심으로 유감스럽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래저래 피곤해 보이는 강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