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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사설 '탄핵 주역 조순형씨의 당선 의미 알아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탄핵안 발의의 주역인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을 맞고 낙선한 지 2년 만이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게 2년 전의 민심이었다면 7.26 재.보선에서는 탄핵 발의가 무리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현 정권과 여당은 이러한 민심의 변화에 두려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더군다나 서울 성북을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던 곳이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후보는 경합자 축에도 끼지 못하고 군소후보로 밀려났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이 불던 2004년 총선을 제외하고는 창당 이후 한 번도 선거에 이겨본 적이 없다. 5.31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에서 한두 번 지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며 국정 무능과 총체적 난맥을 심판한 유권자를 모욕했다. 탄핵 이후 실시된 총선에서 과반수를 만들어 줬지만 그동안 한 게 뭔가. 경제와 교육 정책은 편 가르기에 급급해 혼선을 거듭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북한에 끌려다니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미사일을 쏘기에 이르렀다. 동맹국과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무너졌다. 한나라당이 4대 악재에 휘말리고 지방선거의 압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는데도 또다시 전패한 의미를 새기지 못한다면 열린우리당에는 미래가 없다.
민심은 한나라당에도 경고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역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투표율 가운데 가장 낮은 24.8%에 그쳤다. 휴가철에 장마까지 겹쳤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선거초반에 비해 여론조사상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다.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으나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의 질책이다. 국정의 중심을 잡아주기는커녕 수해 골프 등 오만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겸허하게 반성하고 변신하지 않으면 더 많은 유권자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