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8일 사설 '과거 놓고 멱살 잡은 한나라당에 미래를 어찌 맡기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지난 7월 11일 한나라당 대표경선 직후부터 당무를 거부하고 지방에 머물러온 이재오 최고위원이 18일부터 당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이 최고위원은 경선 과정에서 일부 경쟁후보들이 자신을 상대로 ‘색깔론’을 제기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한때 최고위원직 사퇴 뜻을 비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런 모습들은 마치 10년, 20년 전 앨범을 다시 꺼내 들춰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대표 경선에서 일부 후보들은 이 최고위원의 재야운동 시절의 전력을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동안 세 차례 국회의원 공천을 줘서 당선시켰고 한나라당 동료의원들이 두 차례 원내총무 및 원내대표로 선출한 사람의 과거를 문제 삼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제 도끼로 제 발을 찍은 격이다. 정말 이 최고위원의 정체성이 문제라면 한나라당의 검증능력이 제로라는 뜻일 거고, 당내 어떤 세력이 선거판에서 사상검증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면 한나라당이 그만큼 과거에 살고 있는 정당이라는 뜻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이 경선에서 패배하고 산사로 내려가 여론의 관심을 모으는 수법 역시 구식이긴 마찬가지다. 경선 당일까지 접전을 벌였던 후보가 결과가 빗나가자 새로 맡겨진 직책을 물리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체질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당원 50% 대 일반국민 50% 참여 비율로 치르도록 돼 있다. 작년 11월 이런 경선방식이 결정됐을 때 모든 대선주자들이 공정한 방식이라며 반겼다. 그래 놓고선 일부 대선주자 진영에선 자신이 밀었던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결과를 놓고 “이래서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질지 모르겠다”고 나오는 것도 국민 눈에는 한나라당 구식체질의 문제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대표경선 후유증을 지켜보면서 내년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런 자세로 내년 대선의 본선을 어찌 감당할는지 하는 회의를 갖게 된다. 지금의 한나라당엔 나라의 미래 진로를 놓고 당이 갈라진다면 그것은 죽어서 삶을 도모하는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과거를 놓고 전력시비에나 매달려 당이 금 가면 그것은 영원히 죽는 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