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경선과정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을 놓고 제기된 '색깔론'에 반발해 엿새동안 당무를 보이콧 해온 이재오 최고위원이 18일 복귀한다.  

    '최고위원직 사퇴'까지 고려했던 이 최고위원이 당무복귀를 결정함에 따라 우려됐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전면전 가능성은 일단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이 최고위원을 지원한 이 전 시장이 이 최고위원을 색깔론으로 몰아세운 경쟁후보들의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고 강재섭 대표를 지원한 박 전 대표도 박 전 대표가 이 최고위원의 연설을 방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전 시장은 일부 언론에 "이 최고위원이 정말 '빨갱이'라면 한나라당 지도부에서 제명해야할 것이고 '빨갱이'가 아니라면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전 대표도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가 고의로 이 후보의 연설을 방해했다"는 이 최고위원 측의 주장에 매우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원인 제공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쪽으로 박근혜 전 대표는 대리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의 강공에 이어 이 최고위원측 역시 강 대표에 ▲색깔론 제기에 대한 분명한 사과 ▲박 전 대표측이 개입한 불공정 경선에 대한 진상조사 ▲향후 대선후보 경선의 공정성 담보를 위한 조치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큰 수해로 인해 당무엔 복귀하지만 10년간 당에 몸담은 자신을 '빨갱이'로 몰아간 것에 대한 사과는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최고위원이 사과를 요구하는 '색깔론'에 대해 강 대표는 "내가 직접 제기한 적이 없다.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의 불공정 경선 개입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 역시 박 전 대표 측이 "전당대회에 먼저 개입한 쪽은 이 전 시장"이라며 거부하고 있어 쉽지 않다는 견해가 높다.

    실제 이 최고위원의 핵심측근인 진수희 의원이 15일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에 전화를 걸어 대표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박 비서실장은 "공식적 문제제기가 아닌 만큼 강 대표가 입장을 밝힐 계제는 아니다. 진상조사가 이뤄진들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소속 의원들 역시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도부 입성이 실패한 미래모임과 개혁성향의 의원모임인 수요모임, 중도성향의 푸른모임이 각각 토론회와 워크숍 등을 열고 색깔론 공세와 대선주자 줄세우기 강요 등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이재오 최고위원을 지원한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역시 미래모임 주최 토론회에 참여한다.

    이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색깔론을 그냥 덮고 갈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털고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모임의 박형준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색깔론 등을 어정쩡하게 덮고 간다면 불씨가 남게 되는 만큼 당 내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친(親)박근혜 측에선 더 이상 이 문제를 확산시키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경선과정에 대해서는 이 최고님 뿐 아니라 8명의 주자들 모두가 태산같이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때로 누구 탓을 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고 김정훈 의원도 "이제 우리는 지친 국민들의 눈을 보고 무조건 화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같이 망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양측 진영의 양보를 요구했다.

    이처럼 박근혜-이명박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최고위원의 당무복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후유증은 쉽게 봉합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내편, 네편'이 확연해졌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매 사안마다 이들의 힘겨루기로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당내 일반적인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