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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이후 한나라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강재섭 신임 대표에게 역전패 당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12일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것에 이어 소장·중도파 ‘미래모임’도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 개입을 비판하면서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원내·외 인사 114명이 참여하는 ‘미니전대’라는 이벤트를 통해 권영세 의원을 단일후보로 내세우며 독자세력화를 노렸던 미래모임은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갖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이들은 권 의원의 당 지도부 입성 실패가 소장·중도개혁파에 대한 당내 견제세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임 총간사를 맡고 있는 박형준 의원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권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10%가량 낮게 나왔다”며 “트렌드가 바뀐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어 현장투표에서도 저조한 득표율을 보인 데 대해 “일주일 밖에 운동을 하지 못했고 위원장 수는 많지만 풀뿌리 조직이 없어서 지역표를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다른 중진 의원들에 비해 약한 조직력을 패배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또 “미래모임 후보로 차별화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1대7 구도로 가져가지 못한 전략의 실패다”고 분석했다.
박 의원은 “정치적 신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고 비판하며 “멤버십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원희룡 의원이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전대에서 소장파가 몰락한 원인을 “미래모임 114명 중 평소에 당의 변화와 개혁에 마음을 두지 않던 분들이 특정 주자를 뽑으려 들어왔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소위 작전세력이 들어왔다는 의혹도 있다”고 진단한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박 의원은 이어 이번 전대과정에서 드러난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양상에 대한 날선 비판도 쏟아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움직여서 막판 판세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 전 대표 세력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선거 막바지에 박 전 대표 측근들이 그런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짠 것은 박 전 대표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며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대 막바지로 갈수록 대리전이나 지역주의 부활, 구태가 활개쳤다. 심지어 색깔논쟁까지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한나라당 전체가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미래모임은 이날 전체회의를 통해 “당내 균형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해체 수준의 모임 재구성 등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