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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번 주 개각에서 새 교육부총리로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지금 국민은 청와대발의 이 놀라운 소식에 ‘설마’하고 있다. 집권당 의원들까지도 공공연히 “김 전 실장은 안 된다”고 말하는 판이다. 그러나 이것이 ‘설마’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바뀌면 국민은 대통령이 국민을 짓밟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김병준씨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그는 5·31 지방선거 직전 갑자기 사퇴하기까지 2년 가까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8·31’ ‘3·30’과 같은 실패로 끝난 각종 부동산·세제 정책을 주도했다. 이런 이력보다는 국민을 깔보는 말과 행동과 정책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와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사상 최대의 참패를 당하도록 한 바로 그 인물이라는 게 더 알기 쉽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국민들이 부동산세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자 “세금폭탄이라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말로 국민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 더 나아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방해하고 공격하는 조직적인 세력은 복부인과 기획부동산업자, 일부 주요 신문이다. 부동산 정책 성패가 이들과의 전쟁에 달려 있다”며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부동산 정상화 방해세력과) 맞설 수 있는 시민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에 시민단체를 동원하겠다는 전대미문의 발상까지 내놓은 사람이다. 5·31 지방선거는 김병준씨의 이런 말과 행동과 정책에 대한 국민의 단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부의 경제회복 실패에 실망하고’(22%) ‘부동산 세금정책 때문에 괴롭다’(20%·한국갤럽 6월 3일 조사)면서 자신들의 투표 방향을 결정했다. ‘김병준표 불량정책’이 그만큼 국민을 괴롭혔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표시한 뜻은 대통령에게 김씨처럼 ‘불량 정책’을 만든 사람들을 찾아내 마땅한 책임을 묻고,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둔 대통령도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이런 김씨에게 교육부총리를 맡기려 한다는 말이 진짜라면,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정반대로 가겠다고 행동으로 다짐하는 것이나 한가지다. 대통령이 남은 1년8개월 임기를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선 대통령이 ‘내 갈 길’을 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제 갈 길을 가야 한다’는 게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