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9일 사설 '대통령과 김 의장은 만날 수도 없는 사이인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전군 지휘관 상대 강연에서 “나는 정치와 역사에 관해 원칙주의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이 입장을 견지해 나가겠다.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전주에서 “당은 다음 선거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현재 심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한번 당선되면 임기가 모두 끝나므로 원만한 임기 마무리를 더 생각한다. 그러니 (대통령과 당의) 시선이 다르고 시간표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선 궁금한 것은 ‘정치와 역사에 관한 대통령의 원칙주의’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에 대통령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이 정권의 정책에 ‘불량’이란 도장을 찍고, 당의장만이 아니라 여당 의원 대부분이 재고를 요청하는데도 오불관언의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과 태도, 특히 그의 역사와 정치에 관한 발언에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굴절된 시각과 정치에 대한 비관용적 원리주의의 냄새만을 맡아 온 국민이라서 이런 의문이 더하다. 그것을 ‘적당하게 타협하지 않겠다’는 말은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옳고 국민은 틀렸다’는 말과 한가지다.

    김 의장은 취임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대통령과 만나지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 사정이 급한 쪽은 임기 20개월 남은 단임 대통령보다는 다음 선거까지 생각해야 하는 집권당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김 의장이 먼저 나서서 대통령을 만나 국민의 현재 심정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시도는 해봐야 한다. 김 의장이 대통령의 관심사라고 한 ‘원만한 임기 마무리’는 집권당에도 중요한 문제다. 국민은 열린우리당을 ‘노무현 대통령당’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열린우리당의 실패로 여긴다는 뜻이다. 정권이 실패하면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다음 총선이 끝난 뒤 집에서 쉴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의원들은 이것을 막아보라고 비상대책위까지 꾸려 김 의장에게 당을 맡겼다.

    김 의장의 호소에 대통령의 마음이 움직인다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테니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신의 ‘원칙주의’에만 집착한다면 그때에는 오히려 별 부담없이 ‘대통령 없는 열린우리당’의 앞날을 본격적으로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