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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3일자 오피니언면 '데스크 시각'란에 이 신문 최영범 정치부장이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정권을 이끄는 주력군 중 하나가 ‘386’( 30대의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 대통령의 주변에는 항상 이들이 포진해 있고, 국정 상당부분에 음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386은 노 대통령을 보좌하는 젊은 집단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됐으며, 40~50대가 된 이들은 노 대통령의 친위사단을 의미한다. 노 정권을 386정권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간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김현철, 김대중 대통령의 박지원의 자리를 노 대통령 시대에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계급장 뗀 토론회’다. 장관급에서부터 행정관까지 직책을 떠나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안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적어도 토론 문화에 관한 한 이들을 당해 낼 재간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격성 또한 여간 드세지 않다. 전직 청와대 고위직 인사는 “386들의 발언 태도를 보면 상하 관계를 무시하고 논리와 입장을 강조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하급자가 상급자인 수석이나 비서관의 말을 반박하고, 입장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각 부처출신 직업 공무원들은 이런 생경한 문화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386 사이에서는 국정 운영을 둘러싼 갈등 조짐이 있다고 한다.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그것이다. 집권 기간이 켜켜이 쌓여가고, 정부와 민심의 괴리현상이 빚어질수록 이런 갈등은 커지는 듯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대(對)언론 정책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집권 4년차가 되도록 언론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문제를 놓고 논의를 많이 한다. ‘계급장 떼고’ 하는 난상토론에서 언론관계를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더 강경하게 원칙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파가 맞선다. 강경파의 중심에 선 사람이 노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한국일보 기자출신으로 386의 맏형뻘인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다. 대부분의 토론이 그렇듯 회의는 강경파의 주장이 관철된다. 노 대통령도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처장의 강경 드라이브에 대해선 논란이 많고, 국정홍보처가 인터넷 홈페이지인 국정브리핑을 통해 유사언론처럼 행세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잦다. 청와대 수석들이 대 언론 브리핑보다 기명 칼럼을 쓰며 언론에 공세를 벌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런 강경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왜 수석들이 일은 안하고 칼럼 쓰는 데 매달리는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강경론자들에 대한 비판은 주로 청와대에 있다가 열린우리당으로 간 386 인사들(국회의원 및 원외위원장 등)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강경파들은 끝까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화적 자세를 힐난한다. 비단 언론 문제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닐 듯싶다.
현 정권 실세인 한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홍보처장이 지나친 원칙론으로 밀어붙이려고 해서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언론에 대해 굳이 강경대응을 안해도 되는데, 어떤 곳은 되고, 어떤 곳은 안된다는 식으로 늘 구분하고 편을 가르려한다”며 중도적이고 포용적 자세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386들도 당연히 참패로 끝난 선거책임에 대해 격론을 벌일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든다. ‘강경파들은 선거참패에 대해 책임을 느낄까’, ‘강경 일변도의 대책이 선거 참패와 무관하다고 생각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