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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5·31지방선거 때문에’ 얼굴에 11cm의 자상을 입었지만 ‘5·31지방선거 때문에’ 당내 위상 또한 더욱 공고해진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뒤지고 있던 대전과 제주를 ‘초접전’ 지역으로 만들며 승리까지 넘볼 수 있게 한 박 대표가 31일 오후 8시 40분경 서울 염창동 당사 종합선거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은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과 기립박수로 그를 환대했다. 5·31지방선거 주인공이 후보자가 아닌 박 대표인 듯 했다.
노란 재킷에 갈색 바지 차림의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니 개표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짧은 인사말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30여분 정도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그의 얼굴에는 상처로 인해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박 대표는 자유롭게 말하기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였지만 당사 상황실에 마련된 TV로 선거 방송을 지켜보면서 “개표가 몇 % 진행됐느냐”고 묻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대전 지역 개표 현황에서 자당 박성효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박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날 카퍼레이드까지 하며 많은 호응을 받았던 제주에서 현명관 후보가 무소속 김태환 후보에 역전 당하자 일순간 표정이 굳기도 했다.
박 대표의 달라진 위상은 당사 종합선거상황실에 머문 30여분 동안 여실히 나타났다.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박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 그의 손짓 하나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다.
박 대표가 선거방송을 지켜보다 이계진 대변인을 향해 메모지를 찾는 듯한 손짓을 해보이자 뒤에 앉아 있던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이를 접어 박 대표에게 건넸고 동시에 옆자리에 있던 김학원 최고위원도 양복자켓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한편 한 중년 남성이 취재열기로 혼잡한 틈을 타 앉아 있던 박 대표에게 갑자기 다가가 일순간 당사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무릎을 꿇고 박 대표에게 다가간 그는 ‘DJ가 밀어주면 박근혜 대통령 가능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린 한 주간지를 박 대표에게 건넨 뒤 당직자와 경호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