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습사건'으로 선거분위기를 단숨에 바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5·31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최대접전지역인 대전을 찾았다.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박빙을 달리고 있는 대전에 확실한 승리의 쐐기를 박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퇴원 후 삼성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강력한 권유도 뿌리칠 만큼 박 대표는 대전승리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측근들도 박 대표의 대전·제주 유세방침에 혀를 내두른다. 일부 당직자는 박 대표에게 "정말 독하다"는 표현까지 쓴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에 대한 큰 배신감이 박 대표를 퇴원 직후 대전으로 향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날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열린 박 대표의 지원유세엔 3시간만에 1만여명이 몰리며 박 대표의 대중적인 인기를 다시금 실감케 만들었다. 유세장소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박 대표를 환영하며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 선거판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뉴데일리는 이날 박 대표 유세가 시작되기 1시간 전과 유세직후 현장 분위기가 정리된 이후 대전시민들의 민심을 들어봤다. 그러나 한결같이 "알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유세 때 분위기와 유세 시작 전 끝난 후의 온도차는 꽤 커보였다.

    박 대표 피습 사건으로 분위기가 박 후보쪽으로 많이 쏠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인물은 염홍철이 났다'는 분위기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는 대전시민들에게도 큰 고민이라고 한다. 유세가 끝난 후 만난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당을 보면 한나라당을 찍어야 겠고 인물은 염홍철이 났다. 그래서 선택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대전시민들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유세 1시간 전에 만난 택시기사도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택시기사는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해야죠"라고 답한 뒤 대전선거분위기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염홍철 시장이 국민중심당으로 나오면 100%당선"이라고 말했다. 열린당과 한나라당 모두 싫다는 것이다. 개혁을 외쳤던 열린당은 기대만큼 하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수도이전에 반대하며 충청권의 민심을 많이 잃었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이재오 원내대표는 오지 말았어야 했다. 그 사람은 국회에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법안까지 제출하지 않았느냐. 충청도를 여전히 핫바지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물론 박 대표 사건 때문에 분위기가 박 후보 쪽으로 많이 쏠렸다는 건 안다"며 "그러나 염 후보를 뒤집을 만큼은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염 후보 밑에서 정무부시장으로 일하던 박 후보가 자신을 키워준 선배에게 도전하는 데 대한 대전시민들의 반감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는 "3~4일 전부터 박 후보가 염 후보를 배신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대전시민들은 그래도 염 후보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염 후보가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염 후보의 시정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높다. 한 50대 남성은 염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바로 "철새"라며 욕설부터 퍼부었다. 또 "염홍철이 솔직히 잘한 게 뭐가 있느냐. 그래놓고 한나라당으로는 당선이 힘들 것 같으니까 열린당으로 당적을 바꿔버리고… 그런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성효가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박근혜를 보고 찍겠다"고 했다.

    이처럼 대전의 선거판세는 마지막까지 혼전상태를 보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일단 이날 박 대표의 지원유세로 상당수의 표심을 한나라당으로 돌려놨다는 기대가 큰 분위기다. 이날 유세에 참석한 당직자들도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을 보고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그러나 한켠에선 "안심이 안된다"며 불안한 모습도 나타내고 있다. 한 당직자는 "그래도 안심이 안된다"며 현장 분위기를 살핀 일부 취재기자들에게 판세를 묻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