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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변인 우상호와 대추리 P씨

입력 2006-05-22 09:21 | 수정 2009-05-18 14:51
조선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박두식 정당팀장이 쓴 '여당 대변인과 대추리 P씨'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지난 3월 중순 경기도 용인 경찰서를 찾았다. 대학 친구 P씨를 면회하기 위해서다. 연세대 81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한때 둘도 없는 친한 친구였다고 한다. 당시 P씨는 경기도 평택 대추리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상태였다. 반미(反美) 운동가들이 성지(聖地)처럼 선전하고 있는 바로 그곳이다.

우 의원과 P씨는 경찰서 면회실에서 1시간 가까이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서로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나도 한때 반미 주장에 공감했던 사람이지만, 지금 아무 대책도 없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우 의원은 1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 협의회) 부의장 출신이다. 1987년 6월의 민주화 시위 당시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우 의원을 학생운동으로 이끈 게 P씨였다고 한다. 그런 두 사람이, 여당 대변인과 시위 주동자의 신분으로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난 것이다. P씨는 얼마 후 구속적부심 심사에서 풀려났고, 이후 평택 범대위의 주요 멤버로 다시 활동하고 있다.

운동권과의 연(緣) 못벗어나… 여권, 극단투쟁에 애매한 대처 

그리고 평택 대추리 사태는 끝내 시위대와 군·경의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졌다. ‘매맞는 군인’이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죽봉을 든 시위대의 기세는 무서웠다. 군인 구타 사건 직후에는 우 의원조차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우 의원과 P씨처럼, 지금의 집권측과 대추리에서 활약 중인 운동가들 사이에는 끊기 어려운 과거의 인연으로 얽히고설킨 경우가 적지 않다. 대추리에 온 학생들이 소속된 한총련의 전신이 전대협이다. 그 전대협 1~3기 의장이 지금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다. 의원 보좌관 등의 형식으로 국회 주변에 취업한 전대협 동우회 출신들만 100명을 훌쩍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지난 5월 한달은 괴롭고 잔인한 시간이었다. 과거의 동료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뭐라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 의원이 한총련을 향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이라며, “새 집을 짓고 거듭나라”고 주문했을 뿐, 공개적인 언급을 피했다. 어쩔 수 없이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애매한 방식을 택하곤 했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명숙 총리의 담화가 대표적 예다. 한 총리 역시 재야 운동가 출신이다.

이런 태도 때문에, 극단으로 치닫는 일부 운동 단체를 대하는 이 정권의 태도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들이 가슴에 담고 있는 과거의 연(緣)은 그들의 사정일 뿐이다. 국민들에게 이런 사정까지 헤아려 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여당의 한 인사는 “죽봉을 든 우리 시위대 모습이 마치 1960년대 일본의 전공투(全共鬪)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전공투는 학생운동으로 시작해서, 학생운동으로 막을 내렸다는 일본의 1960년대 마지막을 장식했던 극단주의 무장 조직이다. 전공투는 헬멧과 죽창, 바리케이드를 앞세워 일본 사회로부터 고립돼 갔고, 끝내 자멸했다. 오늘날까지 “일본을 망친 것은 전공투”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극단주의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단호했다.

우리도 극단주의에 대해 분명한 선(線)을 그을 때가 됐다. 운동권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더 이상은 안 된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극단주의의 덫에서 풀려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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