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 '조선데스크'란에 이 신문 이선민 문화부 차장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요즘 활기를 더해가는 우파 운동이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는 ‘뉴라이트’와 ‘정통보수’의 불화이다.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사람들이 중심이 된 뉴라이트와 건국·산업화 주역들의 계승자로 자부하는 정통보수는 뿌리와 체질의 차이로 뉴라이트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서로에 대해 거리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뉴라이트가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집권세력을 ‘올드레프트’라고 공격하는 것과 함께 ‘올드라이트’까지 비판하는 바람에 양쪽의 감정 대립이 더욱 심화됐다.
뉴라이트재단 이사장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4월 말 ‘뉴라이트재단을 설립하며’라는 글에서 “올드라이트는 산업화 세력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나, 뉴라이트는 민주화 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며 “뉴라이트는 올드라이트 안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와 부정부패의 척결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올드라이트’가 누구인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통보수는 자신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뉴라이트가 이전에도 정통보수를 ‘올드라이트’로 규정하며 차별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정통보수의 인터넷언론 ‘독립신문’ 정창인 주필은 ‘비수 품은 뉴라이트재단’이란 칼럼을 통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넘나드는 사람들은 선무당보다 무섭다. 그들의 비수가 언제 살인무기로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뉴라이트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또 정통보수의 대표적 지식인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안병직, 아집과 독선을 버려라’라는 글을 통해 “안 교수의 발언은 빈곤의 수렁에 빠져 있던 조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면서 경제대국으로 일으킨 사람들, 그러면서도 과거의 정치권력과는 아무런 관계를 갖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을 대단히 모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의 주도인물인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드라이트의 저급한 비판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현 정권의 자학사관에 맞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재평가와 건국·산업화의 재인식을 이뤄낸 것은 올드라이트가 아니라 뉴라이트”라고 반박했다.
뉴라이트와 정통보수의 이런 대립은 곤혹스럽다. 양자는 서로 공격해야 할 ‘적(敵)’이 아니라 협력해야 할 ‘동지(同志)’가 아닌가. 물론 같은 편 안에서도 노선 갈등이나 주도권 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상대방을 부정하고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우파는 헤게모니를 빼앗긴 입장이어서 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대립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뉴라이트가 정통보수를 ‘올드라이트’라고 부르는 게 적절한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정통보수 지식인과 운동가들은 권위주의와 부정부패의 ‘단맛’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 뉴라이트는 정통보수가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하지만, 이는 많은 토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기존 보수를 꼭 ‘올드’라고 불러야 ‘뉴라이트’가 더 빛이 나는 것도 아니다.
‘뉴라이트’와 ‘정통보수’는 각각 자기의 장점을 살리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가고, 때로는 협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는 과정에서 건국·산업화의 정신을 누가 더 21세기에 맞게 발전적으로 계승하는가에 따라 우열이 판가름 날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선 한 사람의 힘과 지혜가 아쉬운 상황에서 괜한 갈등이 안타깝다.





